롯데의 잔인한 여름... 더 버티면 기회온다

파이낸셜뉴스       2025.06.18 18:26   수정 : 2025.06.18 18:26기사원문
롯데 개막 석달째 3위 기대 이상
전력 윤동희 나승엽 황성빈 부상
공백 메꾼 이호준 장두성도 부상
주전이탈에도 새 영건들 나타나
본궤도땐 타선·불펜은 최정상급
선발진 마무리땐 가을야구 '불씨'

2025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야심찼다. 아니, 절박했다. 시즌 전 구단 관계자는 "싫든 좋든 이제 성과가 나와야 할 때"라고 단언했다.

전임 단장 시절 유강남·노진혁·한현희 등 150억원이 훌쩍 넘는 FA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더라도 어쨌든 그것 또한 투자이니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명장 김태형 감독까지 데려왔다는 사실은 '가을야구'를 절대 과제로 만들었다.

시즌 개막 석 달이 지난 지금, 롯데는 3위다. 기대 이상이다. 곧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하던 여러 전력 공백 속에서도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 현재 롯데의 라인업에 윤나고황(윤동희·나승엽·고승민·황성빈) 중 남은 건 오직 고승민뿐이다. 나머지는 부상으로 쓰러졌고, 그 빈자리를 메우던 이호준과 장두성마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장두성의 경우는 더욱 안타깝다. 지난 12일 KT전에서 1루로 귀루하던 중 박영현의 견제구에 옆구리를 맞았다. 하필 폐 부위였다. 피를 토했고, 폐출혈 진단이 내려졌다. 순간 야구가 아닌 다른 걱정을 해야했던 순간이었다. 그런데도 롯데는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더 단단해졌다.

새 외국인 투수 알렉 감보아는 롯데를 살리고 있다. 반즈가 부진해지자 롯데는 과감히 교체를 택했다. 불안한 제구력, 마이너리그 경력도 미미했던 감보아였지만, 첫 경기 이후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5월 27일 삼성전 4⅔이닝 4실점 패전. 그러나 감보아는 투구 메커니즘을 수정했고, 이후 평균 152㎞의 포심과 147㎞ 슬라이더를 앞세워 6월 3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이달만 3승, 평균자책점 1.37. 시즌 성적은 3승 1패, ERA 2.59. 볼넷은 24⅓이닝 동안 단 5개다. '제구 난조' 꼬리표를 떼고 완성형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

불펜에서는 최준용이 돌아왔다. 지난 2022년 14세이브를 올리며 마무리로 활약했던 그는 이후 어깨 수술과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했다. 타자 전향까지 고민했다. 그러나 과감하게 수술을 결정했고 돌아왔다. 그리고 6월에만 8경기 6홀드(ERA 1.08)를 추가했다. 150㎞대 직구는 여전했고, 그의 부활은 곧 롯데 '필승조의 복원'을 의미했다. 마무리 김원중이 전성기를 맞이한 가운데 최준용과 정철원의 존재는 롯데의 뒷문을 철벽으로 만들었다.

'잇몸' 이민석의 성장도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 15일 SSG전. 0-1 패배.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이민석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5⅓이닝 1실점 6K. 패전투수지만, 이날만큼은 승패보다 내용이 중요했다. 155㎞ 직구, 140㎞ 슬라이더, 여기에 체인지업까지 섞으며 SSG의 강타선을 제압했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무너지며 퓨처스로 내려갔다. 로테이션이 흔들리던 상황에서 이민석의 성장은 '가뭄의 단비' 그 자체였다.

롯데는 버티고 또 버텼다. 그 가운데, 희망은 되살아났다. 장두성은 이미 퓨처스 훈련에 복귀했다. 나승엽도 퓨처스에서 훈련을 시작했고, 곧 실전에 나선다. 윤동희와 황성빈까지 가세하면 안그래도 강한 롯데 타선은 무게감을 더하게 된다. 타선은 지금도 강력하다. 팀 타율 0.284는 리그 최정상. 불펜은 김원중·정철원·최준용의 필승조 삼각편대로 1점차 승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는 205안타 페이스로 쾌속 항진 중이다. 문제는 선발진이다. 팀 평균자책점 4.84는 리그 두 번째로 높다. 여름 이후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성적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박세웅의 컨디션 회복이 시급하다.


지금 롯데는 분명 부족하다. 그러나 '버틴다'. 그리고 '곧 돌아온다'. 좌완 에이스 감보아의 등장, '특급 재능' 최준용의 부활, '영건' 이민석의 성장. 여기에 부상자들의 복귀. 가을야구는 이제 희망이 아니라 분명한 현실 목표다. 롯데 자이언츠의 여름, 그리고 그 너머의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진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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