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버스터 정치학과 북핵
파이낸셜뉴스
2025.06.24 06:00
수정 : 2025.06.24 09:42기사원문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 이란 지하 핵시설 직접 타격에 벙커버스터 국제정치학 주목
-한국도 북핵 타격이 가능한 벙커버스터 보유, 북한의 상황과 비교
-이란과 북한, 핵 프로그램 가동과정서 모두 미국 상대 유사한 입장
-북한, 미국-이란 협상 주목...美 이란 핵시설 제거 검토에 강력 비난
-외부 타격에 생존 방편, 주요 핵시설 지하화·요새화 이란-북한 닮은꼴
-美, 이란 포르도 지하 핵시설 벙커버스터 첫 타격에 北 사태 예의주시
-벙커버스터 정치학, 이란 같이 北에 고스란히 적용 합리적이지 않아
-韓, 현무-5 보유 자체는 북핵 억제력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여지 있어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대북 억제력 제고 기회로 현무-5 주기적 현시
-이를 통한 전략적 메시지, 적시적 노력이 남북 대화 여건 구상 가능성
지난 6월 21일 지하화된 포르도를 포함한 3개 핵시설에 대해 미국이 직접 타격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뿐 아니라 국제정치적 파장이 클 전망이다.
한편 예방타격의 표적인 된 이란의 상황이 북핵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되고 있다. 북핵 타격이 가능한 벙커버스터를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이란과 북한의 상황이 비교되는 모양새다. 핵 프로그램 가동과 이에 대응 가능한 벙커버스터 존재라는 조합이 이란과 북한의 닮은꼴에 주목하게 만드는 추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주요 시설을 지하화했다는 점에서 이란과 북한은 닮은꼴이다. 이란은 포르도라는 작은 마을의 지하 80∼90m에 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을 구축하여 요새화했고, 북한은 핵무기 통제도 가능한 주요 지휘시설을 지하화했다. 이러한 조치는 모두 미국 등 외부의 타격에도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런데 이 지하시설에 미국 전략폭격기가 GBU-57로 타격함으로써 해당 벙커버스터의 첫 실전 사용 사례를 만들었다. 따라서 북한도 이를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경계감으로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과 이란이 닮은꼴이니 북한에게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한다면 유효한 처방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이 벙커버스터를 사용한 후 이란에 협상장에 나오라고 압박하는 것처럼 북한에게도 벙커버스터로 압박하면 협상장으로 불러올 수 있을까? 사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란과 북한은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핵무장 여부가 다르다. 이란은 핵연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무기화하지 못한 상태인 반면, 북한은 이미 50여기를 핵무기를 가진 상태다. 따라서 벙커버스터 타격시 핵안보 파장의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둘째, 후원국의 존재 여부가 다르다. 북한은 러시아, 중국 등 든든한 후원자이자 전략거래 대상이 명확하게 존재하지만, 이란은 사우디 등 중동긴장 완화만 강조하는 사실상 방관자들로만 가득하다. 북한에 대한 타격은 단순 북한에 대한 타격 이상의 국제정치적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이란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 셋째, 예방타격 주체의 조건이 다르다. 이란에 대한 예방타격을 감행한 국가는 핵보유국 이스라엘이었고 그 표적은 아직 핵무장을 달성하지 못한 이란이었다. 반면 한국이 지하 100m까지 뚫을 수 있는 현무-5를 보유하고 있지만 비핵국가이기에 핵무장국 북한을 상대로 예방타격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셈법으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판단은 미국 입장에서도 같은 수밖에 없다.
이처럼 차이점도 크기에 벙커버스터 정치학을 북한에 고스란히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미국이 1994년과 2016년 북핵에 대한 군사적 타격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는 했지만, 실행으로 옮기지 않은 이유도 이러한 차이점 때문일 것이다. 한편 북핵 억제력 차원에서 벙커버스터 존재 사실 자체를 잘 활용하는 것은 나름 효과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란이 GBU-57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지하화된 북핵 수뇌부 시설에 대한 타격이 가능한 현무-5 보유 자체는 이번 중동사태를 계기로 북핵 억제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대북 억제력 제고라는 기회로 전환 가능한 지점을 찾는다면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벙커버스터와 같은 무기체계 개발뿐 아니라 이러한 무기체계를 주기적으로 현시하는 등 전략적 메시지를 정교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벙커버스터를 통한 전략적 메시지는 적절한 시점과 치밀한 노력이 병행된다면 북핵 억제력 제고를 이어질 수 있고 이러한 억제력을 바탕으로 남북 직접 대화의 여건을 만들어보는 것도 구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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