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46년 앙숙'

파이낸셜뉴스       2025.06.25 18:29   수정 : 2025.06.25 19:08기사원문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 등으로 시작된 두 나라의 충돌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시설들에 '벙커버스터' 폭탄 투하, 불안전한 휴전 합의 등 상황들이 쉴 새 없이 급변해왔다.

기자는 13년 전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 가능성을 주제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다시 읽어보니 여러 상황이 현재와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시설들을 타격할 경우 핵무기 개발을 더 재촉할 수 있다는 우려 등 여러 가지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가장 큰 차이는 이스라엘이 기어코 이란 핵시설들에 대한 군사행동을 보인 것과 미국이 가장 중요한 목표를 공습한 것이다.

왕정국가 시절 이란은 이스라엘, 미국과 친한 국가였다. 현재와 같은 적대적 관계로 변한 계기는 1979년 팔레비 국왕을 축출한 이슬람혁명과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 점거 사태다.

대사관 점거는 한국에서 박정희 대통령 국장 다음 날인 1979년 11월 4일 발생, 1년 넘게 국제 뉴스를 장식했다.

과격 이란 학생들에 의해 인질로 잡혀 있던 대사관 직원 52명을 구출하기 위한 1980년 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비밀군사작전은 이란군으로 위장한 헬기와 수송기가 이란 사막에서 충돌, 특수부대원 등 8명이 사망하면서 참담하게 실패했다. 이것은 재선을 노리던 카터에게 큰 타격을 줬으며 그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44개주를 빼앗기며 완패했다.

해외로 망명한 팔레비 전 국왕이 암 투병 끝에 사망한 후 미국과 이란은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란은 카터를 끝까지 괴롭히면서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 선서시간에 맞춰 444일 만에 인질을 풀어줬다.

2년 전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대규모 응징에 나서 가자지구를 초토화하자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시위 사진들을 보면 아랍인이나 이슬람교인이 아닌 사람으로 보이는 일반 미국인도 상당수 합세하고 있다.
시위를 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이들이 테헤란 인질 사태와 이란이 지원한 무장세력에 의해 미국이 여러 차례 테러를 당하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사실들을 잊은 것 같아 보인다. 역사는 되풀이되는데 말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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