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본질은 결국 사람
파이낸셜뉴스
2025.06.26 18:41
수정 : 2025.06.26 18:47기사원문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의 말은 현재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공통된 고민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지난 대선 취재 당시 '반도체 산업에 지금 가장 시급한 지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강조한 것도 바로 사람이었다. 자금지원이나 세제혜택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래 기술력의 근간은 결국 이를 구현할 좋은 인재 확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인재 풀은 턱없이 부족하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1년까지 국내 반도체 산업에 약 5만6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실무형 인력을 넘어 설계부터 검증까지 이끌 수 있는 R&D 리더급 인재 확보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복합적이다. 학부 인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수익성이 높은 의대로 몰리고, 박사급 인력은 미국·대만 등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유학 후 정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정부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R&D 지원 및 반도체 대학원 등 고급 인력 양성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반도체 인재 육성 장기 플랜과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초격차의 본질은 기술 자체가 아닌, 그 기술을 구현할 사람이다. 우수 인재가 국내에 유입되고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 패권경쟁의 성패는 결국 K반도체를 이끌어갈 인재를 얼마나 잘 키우고 지켜 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되새길 때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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