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낀 아파트'된 홈플러스… 이제 정부가 나설 때
파이낸셜뉴스
2025.07.15 18:18
수정 : 2025.07.15 18:25기사원문
하지만 기업은 아파트가 아니다. 기업에는 수많은 직원과 그 가족, 협력업체, 지역사회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고용 안정성과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한 중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기업을 단지 재무적 거래의 대상으로 여기는 관점은, 사모펀드식 경영의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MBK파트너스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 자금 대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한 이 구조는,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인수 이후 경영 악화가 이어지며, 홈플러스는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재무구조에 빠졌다. 더 큰 문제는 홈플러스가 마치 부동산 갭투자를 권유하듯, "부동산을 담보로 2조원을 차입해 전세 일부를 상환하고, 나머지는 현금 1조원 미만으로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을 내놓은 점이다. 이는 기업 인수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며, 기업을 단기 차익 실현의 수단으로 보는 투기적 사고를 부추기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인수는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투기성 거래가 아니다. 기업은 미래의 현금흐름과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상이어야 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투자자는 단순 주주가 아닌 경영 주체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제는 정책당국이 나설 때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동반한 단기 투기 자본의 폐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기업 인수 시 장기 경영계획 수립과 함께, 고용·협력업체·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보호 방안의 의무화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어떤 자본을 받아들이고, 그 자본이 어떻게 기업과 사회에 책임지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세 낀 아파트"라는 표현 속에 감춰진 것은 바로 사모펀드 경영의 민낯이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재무관리학회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