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중앙은행 거시건전성 역할 강화해야”...국정위에 단독검사권 요구
파이낸셜뉴스
2025.07.16 09:00
수정 : 2025.07.16 11:20기사원문
‘중앙은행 역할 확대’ 요구한 이창용 총재
“직접 집행·감독 권한 없어 신속성 떨어져”
국정위에 미시건전성 감독 권한 필요성 전달
한국은행 단독 금융기관 검사권한 요구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ADB-BOK-JIMF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여러 기관이 정책 수단을 나누어 보유하고 있는 경우 기관간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국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4개 기관이 매주 정례적으로 만나 경제·금융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총재는 정책 기조가 금리 인하기로 전환된 지난해 8월의 사례를 소개하며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조합이 중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당시 물가상승률 둔화로 통화긴축 강도를 완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서울 주택가격이 연율 20%에 달하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한은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웠다는 것이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우선적으로 거시건전성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고, 그 정책효과를 확인한 후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정부와의 정책 협의를 통해 관련 규제의 강화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제안을 받아드린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강도를 높이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고, 한은은 8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그는 “9월 이후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해 완화한 가운데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다”며 “이처럼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의 유기적인 공조는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이 큰 국가에서 통합적 정책체계(IPF) 적용의 유용성을 확인한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하 국면에서 특히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기조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요국과 달리 한은이 직접적인 거시건전성정책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며 “정부와의 조율 과정에서 정책 강도나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경우 정책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은이 최근 국정위에 ‘정책 효율성 측면에서 미시건전성 감독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 등 시스템 리스크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서, 시중은행 등 개별 기관의 자본 비율, 내부 통제 상태 등을 직접 들여다볼 권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한은은 주요국의 금융안정 정책 체계 현황을 국정위에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시건전성 정책의 수립을 금융위원회가, 집행을 금융감독원이 각각 담당하지만, 주요국은 중앙은행이 직접 개입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의 중앙은행이 모두 미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한은은 금감원과 별도로 금융기관을 단독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금감원에 금융기관 검사나 공동 검사를 요구할 수만 있을 뿐 한은 단독으로 검사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은은 국정위에 "단독검사권 행사를 통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도 단독검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거시건전성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며 "비은행금융기관을 공동 검사할 권한도 있어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독기관끼리 싸우는 것을 원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거시건전성 권한 확대 주장이 기관 간 권한 다툼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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