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우려"...검찰 고위 간부 줄줄이 사직

파이낸셜뉴스       2025.07.25 16:23   수정 : 2025.07.25 16:23기사원문
박세현 서울고검장·송경호 부산고검장 등 사퇴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권의 첫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주요 검찰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사직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윤 전 대통령을 내란 등 혐의로 기소했던 박세현 서울고검장은 지난 24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고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글에서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형사사법 시스템의 실상을 직접 겪었고, 비상계엄 수사 과정에서는 그런 문제가 집중적으로 불거져 지켜보는 국민들을 한숨짓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 변경에 대한 평가도, 개선 논의도 과연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지의 관점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고검장은 "국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대로 작동되는 제도, 믿을 수 있는 형사사법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기 위해 우리 구성원들의 땀과 눈물이 어린 고민과 노력, 그동안의 생생한 경험들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고검장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대검 국제협력단장, 서울중앙지검 전문공보관 등을 거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검 형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역임한 뒤 서울고검장에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도 전날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중대한 전환점에서 여러분이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흔들림 없는 사명감으로 국민적 신뢰를 굳건히 회복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아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성찰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 형사사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검찰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만간 형사사법 시스템 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생명, 신체 보호와 직결된 형사사법 절차는 오직 국민의 편익 증진과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고검장은 2022년 5월 지난 정부 첫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돼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 사건 등 수사를 지휘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검찰청사로 소환해 조사하려 시도하다 지난해 5월 부산고검장으로 '좌천성 승진'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중앙지검 4차장으로 보임돼 송 고검장과 함께 대장동·백현동 수사를 이끌었던 고형곤 수원고검 차장검사(검사장급)은 "검찰 구성원들의 훌륭함과 저력을 잘 알기에 지금 이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지키는 국민을 위한 검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성리학의 대가 주자가 선대 유학자들의 성과를 집대성한 책 '근사록'의 "가난, 고난과 근심, 걱정은 그대를 옥처럼 완성한다"는 문구를 소개했다.

대검찰청 검사장급 참모진 중에서도 가장 선임인 전무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도 사직인사를 올리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매순간 검찰의 철학과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제 청춘을 바친 검찰이, 제 평생 사랑했던 검찰이 더 잘 되기만 바란다"고 말했다.

구승모 대검찰청 반부패부장도 사직글을 올리고 "최근 형사사법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숙의를 거치지 못한 제도의 변화로 범죄로부터 국민·사회·국가를 보호하는 기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며 "적법절차에 따라 공동체를 지켜내는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용 법무연수원장은 사직글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움이 검찰에 닥쳐오고 있는 시기"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필귀정의 힘을 믿고 어려움을 이겨내길 기원하겠다"고 적었다.

황병주 대전고검장은 "최근 형사사법 제도 개편 논의를 지켜보며 무거운 마음이 많이 든다. 쉬운 일은 쉽게, 어려운 일은 어렵게 처리하는 게 정석일텐데 '어려운 일에 너무 쉽게'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검찰 권한을 쪼개면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현장 전문가들의 생각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영학 부산지검장도 사직 인사글을 올리고 '영원한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한다'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세이 속 구절을 인용하며 "언제나 검찰을 응원한다"고 적었다.

박기동 대구지검장은 "25년 가까운 검사로서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노심초사하는 삶이었다"며 "비록 몸은 검찰을 떠나지만 영혼은 검찰에 남겨두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선화 서울서부지검장은 "검찰 개혁을 놓고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으면 좋을텐데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남은 분들이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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