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상실 땐 연금가입 자격 소멸...법원 "행정처분 아냐"
파이낸셜뉴스
2025.07.28 10:15
수정 : 2025.07.28 10:15기사원문
法 "상실 사유 발생하면 별도 처분 없이 자격 자동으로 사라져"
[파이낸셜뉴스]국적 상실을 이유로 국민연금 임의가입 자격을 소급 취소한 것은 '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지난 5월 22일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A씨가 낸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의 형식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본안 판단 없이 소송을 끝내는 절차다.
이후 법무부는 2024년 2월 A씨가 2005년 3월 16일자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고 공단에 통보했고, 공단은 이를 근거로 A씨의 임의가입 자격을 2005년 3월 17일자로 소급 취소한 뒤 연금 지급을 중단했다. 지역가입자 자격 상실일도 기존 2008년 11월 20일에서 2005년 3월 17일로 변경됐다.
A씨는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노령연금 지급 중단은 재산권 침해이며,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평등 원칙 및 국민연금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2009년 임의가입 당시 미합중국 시민권자임을 공단 담당자에게 밝혔고,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받았으며, 올해 1월부터 국적을 회복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단의 통보가 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해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에게 법률상 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별도 처분 없이 '자격 상실 효력'이 발생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통보가 "자격 변동 여부 및 시기를 확인하는 의미의 통지행위에 불과하다"며 "통지로써 A씨의 가입자 자격이 변동되는 등 권리의무에 직접 변동이 초래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가입기간이 10년을 채우지 못해 노령연금 수급 자격이 사라진 데 대해서도 "당연한 법률상 효과"라며 "‘연금지급 중단 처분’을 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본안 판단을 한다고 가정해도 A씨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연금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인 자의 노령연금수령권'은 애초에 재산권으로 인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가입 기간에 따른 차등은 국민연금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재원 형성 기여도에 비례해 수급권을 구분한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A씨가 주장한 '자격에 문제 없다는 공단 확답'에 대해서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공단 담당자가 안내한 것은 '미합중국 시민권자'에 관한 것이지, '국적 상실자'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신뢰보호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