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희망고문하는 '북극항로'

파이낸셜뉴스       2025.07.28 18:41   수정 : 2025.07.28 18:41기사원문

"시장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약파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한국 해운사들에는 봉이김선달식 희망고문만 남아있다."

이재명 정부의 어젠다인 '북극항로'를 바라보는 해운 관련 고위 관계자의 일갈이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쓴 아이템이 12년 만에 돌아온 것에 일부 해운업계는 "쉰내가 난다"고 표현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신임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는 해양 전진기지를 만들겠다"고 한 것과는 사뭇 다른 온도다.

업계의 불신에는 현대글로비스가 2013년 9월 16일 스웨덴 스테나해운으로부터 용선한 '스테나 폴라리스'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 쇄빙선이 없으면 1년 중 제한적으로만 이용 가능해 상업적 가치가 없어서다.

당시 해수부는 이 선박이 나프타 4만4000t을 싣고 35일을 운항했는데 비용을 고려하면 번 돈이 없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나프타 4만4000t을 싣고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발, 북극항로를 이용했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정부의 북극항로 홍보에 동참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가 웃돈을 주고 용선한 것으로 안다"며 "HMM도 검토 결과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화물은 있지만 아시아로 다시 오는 화물이 없어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의 영해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한국에서 상업적·정치적 이용을 논할 대상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당시 러시아 영사와 만난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왜 우리 땅에 있는 것을 가지고 거래대상으로 삼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북극항로 어젠다는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알래스카 LNG 사업과 관련, "일본이 미국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측 사정으로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미 '2+2 장관급 회담'이 불발된 것을 고려하면 '북극항로'로 한미 간 불편함을 쌓게 할 이유가 없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가스운반선이 러시아의 야말 LNG 및 북극(Arctic) LNG-2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LNG 운송으로 유럽연합(EU)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가 최근 해제된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상대국의 의사, 국제정치를 고려하지 않은 청사진은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gg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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