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 카메라에 늘 진심 담았죠"

파이낸셜뉴스       2025.07.30 18:27   수정 : 2025.07.30 18:27기사원문
(1) 쌍마스튜디오 황수연 작가
40년 넘게 방송국 안팎 현장 함께
전국 유일 '백년가게' ‘오래가게'
子 황윤수씨에 사진 가르친지 2년
사진 철학·세월 담는 법 등 전수

서울 여의도 한복판, 옛 MBC 사옥 맞은편 네거리.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이 거리를 오가며 수많은 배우들의 얼굴을 기록해 온 사진관이 있다. 1984년부터 40년을 이어온 이곳은 바로 '쌍마스튜디오'. 드라마 속 가족사진부터 연예인 수첩, 영정사진까지 방송계의 무대 뒤를 기록해 온 공로자이기도 하다.

사진관을 지켜온 이는 황수연(65) 작가. 그리고 이제 그가 그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

30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황 작가는 "이게 그냥 사진이 아니에요. 역사에요, 역사"라며 담담히 말했다.

황 작가의 경력은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그땐 전부 흑백이었다. 사진관 안에 암실이 있었고, 필름으로 찍어서 손으로 직접 현상해야 했다"며 "바닥에 사진을 늘어놓고 말리느라 새벽 5~6시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MBC 지정 사진관이 된 건 1987년. 방송국 공모에 낙찰된 덕분이었다. 그는 방송사 출입증, 연기자 수첩, 드라마 소품사진 등을 수천장씩 찍었다. 현장에서 바로 인화해 줘야 했던 시절이다. 이후 쌓인 신용을 바탕으로 KBS, SBS,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등의 의뢰도 도맡았다.

그의 카메라는 드라마 밖 현실도 담아냈다. 영화배우 이순재씨는 구순이 넘었음에도 40년 전부터 꾸준히 촬영해 와 갤러리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소품 사진을 찍은 영화배우 고 조경환씨는 "나중에 이것 영정사진으로 써달라"는 말을 남겼고,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투병 중이었던 탤런트 고 김영애씨에게 그간 찍은 사진을 모조리 찾아 가져다 준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랬던 황 작가가 오랜 고민 끝에 2년 전부터 아들 황윤수(31)씨에게 사진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들은 원래 사회복지사를 꿈꿨지만, 아버지가 반 세기 동안 해온 것이니 만큼, 승계해야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잡았다.

그는 기술의 변화 속에서 지켜야 할 사진의 본질도 강조했다. 황 작가는 "필름, 칼라, 디지털, 이제는 인공지능(AI)까지 변천사를 거치면서 요즘은 사진이 거짓말을 한다. 없던 걸 만들어버려서 예뻐도 현실성은 없다"며 "그대로 늙으면 늙는 대로, 흐트러진 집도, 아이가 똥 묻히고 넘어지는 것도 다 삶이다"라고 부연했다.

쌍마스튜디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와 서울시 '오래가게'로 모두 선정됐다. 전국에 이런 타이틀을 모두 가진 곳은 이곳 뿐이다.

쌍마스튜디오는 이제 한 세대를 넘겨 새로운 걸음을 뗀다. 황 작가는 "소신껏 해라. 풀밭에서도 하나만 툭 튀어나오면 뽑히는 법이다.
다만 남들과 달라도, 진심이면 그게 남는 거다"라고 했다. 오늘도 셔터를 누르는 그의 옆엔 아들이 서 있다. 두 사람의 시간은 그렇게, 사진 한 장 속에서 천천히 겹쳐간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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