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보다 감정”…'박세은 기획'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파이낸셜뉴스
2025.07.30 21:18
수정 : 2025.07.31 10:11기사원문
7월 30일~8월 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오늘(30일)부터 8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이번 공연은 발레단 최초의 한국인 에투알 박세은이 세 번째로 기획한 무대로, 그가 직접 큐레이션과 섭외까지 주도했다.
특히 이번 무대에는 중편 레퍼토리가 다수 포함돼 있어 발레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단순히 화려한 하이라이트를 나열하는 구성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관객이 이야기 속으로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A, B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눴다. A는 클래식과 모던이 교차되며 무용수의 개성과 감정을 부각시키고, B는 전막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서사에 집중한 구성을 택했다.”
A 프로그램에는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In the Night)’, 모리스 베자르의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등 중편 작품들이, B 프로그램은 루돌프 누레예프 버전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하이라이트로 구성된다.
“제가 갈라에서 중편을 고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짧은 파드되로는 기교는 보여줄 수 있지만, 이야기와 감정의 흐름을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 더 나이트’는 정말 섬세한 감정의 층위가 필요한 작품이다. 무용수에게는 도전이지만, 무대 위에서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소중한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는 마티외 가니오, 기욤 디오프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투알 10명이 출연한다. “저마다 가장 빛날 수 있는 작품을 직접 고르고, 자신이 아끼는 의상까지 챙겨오는 정성에 감동받았다."
“무대 위에서 단순히 '잘 추는 춤'보다는 '진심을 담은 춤'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기획자로서 무대를 만들면서는, 무용수와 음악,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예술 전체를 바라보게 됐고, 단지 출연자에 그치지 않고 예술의 흐름을 구성하는 역할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마티외 가니오 “서울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였다”
2004년 에투알로 임명된 마티외 가니오는 20년 가까이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상징으로 자리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예전부터 한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서울은 유럽에서도 점점 더 주목받는 도시이고, 발레단 안에도 한국 출신 무용수가 많아 그들의 문화적 뿌리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물론 공연 일정으로 여행처럼 여유롭지는 않겠지만, 이 무대는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와 우베 숄츠의 ‘소나타’를 선보인다.
“두 작품 모두 감정의 섬세함이 중요한 무대다. ‘인 더 나이트’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커플의 관계를 그리는 장면으로, 표현 하나하나에 조심스럽고 집중해야 한다. ‘소나타’는 생동감과 감정의 흐름이 뚜렷한 작품이다. 특히 ‘소나타’는 제가 우베 숄츠와 직접 작업했던 유일한 작품이기에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숄츠는 독일 출신의 현대 발레 안무가이자 연출가다.
그는 이번 무대를 ‘감정이 음악과 동작과 함께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만들기 위한 무대’라고 표현했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진심이 교감되는 순간이 제가 춤을 추는 이유다. 이번 무대가 제 경력에서 마지막 한국 공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진정성을 담고 싶다.”
기욤 디오프에게 한국은 특별한 곳이다. 그는 2023년 '지젤' 공연 직후 서울 무대에서 에투알로 지명됐다.
“그날 무대와 관객의 박수를 절대 잊을 수 없다. 저에겐 서울이 단순한 투어 공연지가 아니라 인생이 바뀐 장소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오로라와 데지레의 그랑 파드되를 한나 오닐과 함께 공연한다. 또 박세은과는 ‘호두까기 인형’ 2막 파드되를 선보인다.
“세은과 함께하는 무대는 언제나 즐겁고 의미가 깊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파리 오페라 발레의 누레예프 스타일을 보여드릴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선택했다. 세은과 저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작품으로 웨인 맥그리거의 ‘크로마’를 꼽았다.
“‘크로마’는 파리 오페라 발레 레퍼토리에 정식으로 오른 작품은 아니지만, 우리시대 중요한 안무가의 작품이다. 레오노르 볼락과 함께 준비했고, 맥그리거 컴퍼니의 트레이너가 런던에서 파리로 와서 우리와 함께 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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