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류 영향 제한적…불닭가격 인상압박 우려
연합뉴스
2025.07.31 11:15
수정 : 2025.07.31 11:15기사원문
화장품·의류·식품·유통업계 영향은 현지생산·수출 다변화로 '활로'…동남아 생산기지 둔 OEM업체들 '예의주시'
[관세타결]화장품·의류 영향 제한적…불닭가격 인상압박 우려
화장품·의류·식품·유통업계 영향은
현지생산·수출 다변화로 '활로'…동남아 생산기지 둔 OEM업체들 '예의주시'
업계는 일단 다음 달 1일부터 예정됐던 25%의 관세가 15%로 낮아지고 그동안 이어진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이나 관련 부처는 기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보다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낙관할 수만은 없어 구체적인 내용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 화장품 업계 "영향 제한적일 것"…현지 생산으로 대응
최근 미국 수출이 대폭 늘어난 화장품 업계는 협상 이후를 주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수출액이 작년 동기보다 17.7%(1억5천만 달러) 늘어 관세 영향만 없다면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자동차나 철강과 같은 전통 제조업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한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은 가격대가 저렴한 데다 특성상 원가가 높지 않아 관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화장품에도 일괄 15% 관세가 적용된다면 사업전략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관세가 제품 원가에 부과되는 만큼 화장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른 국가 제품들에도 관세가 매겨져 동등한 경쟁 조건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한국콜마[161890], 코스맥스[192820] 등 주요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은 이미 미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 왔다.
아모레퍼시픽[090430] 측은 원가 부담 확대 여부를 현재 면밀하게 분석 중이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현지 리테일 파트너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부터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화장품 산업에 대한 분석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세부 품목별로 조율할 게 남아있을 테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별로 수출입 계약이 달라 현재 미국으로 향하는 배에 있는 상품을 어떻게 할지, 또 관세를 놓고 앞으로 계약 조건 등을 어떻게 할지 여러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수출증가 '불닭' 가격인상 압박 커지나…미국에 공장둔 식품기업은 영향 미미
식품업계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대기업인 CJ제일제당[097950]과 농심[004370] 등은 미국에 공장을 두고 주력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어 이번 관세 협상의 영향이 미미하다.
현재 식품업계에서는 삼양식품[003230]이 관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라면의 경우 그 전까지는 무관세로 미국으로 수출해왔으나 지난 4월부터 10%, 다음 달 1일부터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사실상 현재로선 수출이 늘어난 삼양식품의 불닭이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세계 각국에서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얻으면서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전체의 80%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미주는 매출이 작년 삼양식품 해외 매출 비중의 28%로 뛰었고, 중국과 더불어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삼양식품은 관세 이슈가 불거진 직후부터 내부적으로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해왔고, 관세 부과 후 가격 상승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이윤을 줄이는 방안까지도 고민해왔다.
불닭볶음면은 미국에서 봉지당 판매 가격이 1.5달러 정도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주요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돼 다행"이라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부 품목의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패션업계 "현지생산·수출 다변화"…동남아에 공장 OEM업체들 예의주시
패션·의류업계는 화장품처럼 한국 브랜드들이 직접 미국에 수출하는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은 편이다.
다만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두고 미국에 물품을 납품하는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들을 중심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갭을 포함한 의류 브랜드를 제조하는 한세실업[105630]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등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으로 지난해 법인을 설립한 엘살바도르 공장이 최근 가동되고 있다"며 "작년 9월 인수한 미국 텍솔리니 섬유공장을 통한 현지 생산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고기능 소재와 고가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유럽, 일본 등의 사업도 늘려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과 중남미에 생산기지를 둔 세아상역 역시 "관세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생산기지 다변화 등의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자체 브랜드(PB) 상품 등 미국 수출이 거의 없어 이번 관세 타결과 관련해 큰 영향은 없는 분위기다. 다만, K패션 상품과 K뷰티 상품을 미국에 '역직구' 형태로 팔아온 무신사와 CJ올리브영은 관세와 관련한 구체적인 변화 내용을 파악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제 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이나 앞으로 미칠 영향은 더 면밀하게 파악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관세는 오르기 때문에 대외 변화의 대응력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계를 위해 정부가 지원해야 할 내용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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