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없게…가정위탁제도를 아시나요

연합뉴스       2025.08.01 05:50   수정 : 2025.08.01 05:50기사원문
빈곤·가출·학대로 친부모와 분리 경험 아동에 '임시가족' 보호대상아동 매년 수천명 발생…가정위탁보호율은 44.7%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 부담'…양육보조금 만족도 최하

[샷!] '정인이 사건' 없게…가정위탁제도를 아시나요

빈곤·가출·학대로 친부모와 분리 경험 아동에 '임시가족'

보호대상아동 매년 수천명 발생…가정위탁보호율은 44.7%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 부담'…양육보조금 만족도 최하

[※ 편집자 주 = 2021년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은 위기아동에 대한 공적 책임을 환기했습니다. 가정위탁 제도는 이러한 위기아동을 보호하는 우리 사회의 울타리입니다. 정부는 2020년부터 가정위탁 활성화를 정책 과제로 삼아 위기아동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작년 신규 위기아동 10명 중 4명만이 위탁가정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가정위탁 제도 현황, 위탁부모들이 겪는 어려움 등을 담은 기사 2꼭지를 송고합니다.]

[샷!] '정인이 사건' 없게…가정위탁제도를 아시나요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가 형을 마친 엄마가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위탁가정에 맡겨진 A(4)군.

##체벌과 욕설을 일삼던 새엄마를 피해 보육원에서 지내다가 위탁가정에 맡겨진 B(12)군.

##미혼모인 엄마 밑에서 자라다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3년간 위탁가정에 맡겨진 뒤 친모에게 돌아간 C(5)양.

A군과 B군, C양은 모두 가정위탁 아동이다.

가정위탁은 부모의 빈곤, 이혼, 학대 등으로 친부모와의 분리를 경험한 아동에게 임시가족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보호대상아동을 다른 가정에 위탁하는 것으로, 아동의 정서적 불안을 최소화하고 가족 간 상호작용을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어 보호 효과가 높다.

한국은 특유의 혈연 중심 문화와 인식 부족으로 인해 비혈연 가정위탁이 활성화되지 못했고, 보육원 같은 시설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에 정부는 2020년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가정위탁 활성화를 과제로 삼아 시설 중심의 보호에서 가정 중심 보호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정인이 사건'은 위기아동에 대한 공적 책임을 환기했으며, 그중에서도 가정위탁은 핵심 대안으로 조명됐다.

아동 학대 (PG) (출처=연합뉴스)


◇ 매년 위기아동 수천명…일반 가정서 보호받도록

1일 통계청에 따르면 보호대상아동은 출생인구 감소에 따라 내림세이긴 하지만 매년 수천 명씩 발생하고 있다. 2020년 4천120명, 2021년 3천437명, 2022년 2천289명, 2023년 2천54명을 기록했다.

2023년 기준 부모의 이혼·사망·빈곤·학대 등으로 발생한 보호대상아동은 전체의 82%(1천692명)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미혼부모·혼외자(259명·12%), 유기(88명·4%), 비행·가출·부랑(14명·0.6%) 순이었다.

가정위탁은 이러한 원인으로 친부모와 분리된 아동이 낯선 시설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신체적·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학대 경험이나 장애를 가진 아동을 보호하는 특수 요건을 갖춘 '전문가정위탁'과 그렇지 않은 '일반가정위탁'으로 구분된다.

일반가정위탁이라 하더라도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어야 하며, 보호아동과의 나이 차가 60세 미만이어야 하고, 친자녀의 수가 위탁아동을 포함해 4명 이내여야 하는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가정위탁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사회복지사, 교사, 의료인, 청소년 상담사 등 전문요건을 갖춰야 한다.

2023년 말 기준 전국에는 총 9천526명의 위기아동이 7천714개 위탁 가정에서 보호되고 있으며, 이 중 7천433개 가정이 일반가정위탁에 해당해 96%를 차지했다.

위탁된 아동은 평균 6년간 해당 가정에서 지냈다. 복지부에 따르면 비혈연 일반위탁(6년 9개월), 혈연 일반위탁(5년 9개월), 전문위탁(2년 5개월), 일시위탁(2개월) 순으로 위탁 기간이 길었다.

'정인이 양모 징역 35년 확정' 타오르는 촛불 (출처=연합뉴스)


◇ 턱없이 부족한 위탁부모…가정위탁보호율 美英의 절반 수준

한국은 6·25 전쟁 이후 대규모 양육 시설에서 고아를 보호해온 경험이 있으며, 아직도 많은 보호대상아동이 시설로 향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12월 발표한 '보호대상아동의 가정보호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아동 10만명당 시설보호 아동 수는 188명으로, 전세계 평균치(105명)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보호대상아동 가정위탁보호율은 44.7%로, 미국·영국 등 해외 가정위탁보호율이 80%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지역별 위탁가정 보호율도 천차만별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도별 가정위탁보호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광주(16.7%)였고, 가장 높은 곳은 세종(87.5%)이었다. 다만 세종의 경우 신규 보호 대상 아동이 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반대로 서울은 신규 보호아동 수가 가장 많았지만, 가정위탁보호율은 20.5%로 광주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대도시는 물가 등으로 친자녀 외 아동 돌봄 의지가 적고, 중소도시는 의료 및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돌봄 여건이 충족되기 어려워 가정위탁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핵가족화, 저출생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친인척을 찾기 어렵고, 친인척 외 신규 위탁부모와 전문가정위탁 발굴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가정위탁 중 가장 어려운 점 1위는 '경제적 부담' (출처=연합뉴스)


◇ "보람되지만"…위탁부모 어려움 1위 '경제적 부담'

50대 위탁모 김명희 씨는 1일 "아이가 처음 왔을 땐 어둡고 말도 어눌했는데 지금은 말을 너무 잘하고 사람을 좋아해서 머리가 아플 정도"라며 "주변에서도 아이가 많이 밝아졌다고 해주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60대 위탁모 임모 씨도 "중학생 때 가정이 어려워 교감 선생님이 등록금을 보태주셨는데 고마움을 모르다가 40대에 접어들어 베풀고 싶은 마음이 생겨 위탁모 일을 시작했다"며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감사와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위탁 부모들은 양육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지만, 경제적 부담이 걸림돌이다.

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2023년 7∼11월 위탁부모 1천24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위탁양육 중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경제적 부담(44.2%)이 꼽혔다. 모든 연령대, 모든 위탁경력을 아울러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2, 3위를 기록한 '보호자로서의 법적·제도적 권리 부족'(18.2%), '아동의 교육 문제'(11.2%)보다도 압도적이었다.

또 위탁 부모들은 아동 양육 시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양육비용 및 물품'을 꼽았고, 제도적 지원 가운데에서도 양육보조금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장화정 세이브더칠드런 충북가정위탁지원센터장은 "현실적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 동반돼야 아이를 위탁하겠다는 이들이 늘 것"이라며 "자부담 비중이 커질수록 위탁을 맘먹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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