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구속 걱정하지마" 수사 정보 알려준 경찰…대법 "공무상비밀누설"

파이낸셜뉴스       2025.08.01 16:49   수정 : 2025.08.01 16:49기사원문
1·2심 무죄→대법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검찰 신병처리 추단할 수 있어…범죄수사 기능에 장애 초래할 위험"



[파이낸셜뉴스] 경찰관이 자신의 아들이 고소당하자 사건기록을 살펴본 뒤, 아들에게 "구속 얘기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행위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경기도 한 경찰서의 청문감사관으로 재직하던 2020년 9월 사기 혐의로 고소된 자신의 아들 사건이 이송돼 본인이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같은 경찰서 수사과 소속 행정관에게 사건 기록을 건네받아 수사지휘서 등을 열람하고, 아들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고, 검사 지휘 내용에도 구속 이야기가 없어 구속될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관련 담당자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아들에게 수사정보를 누설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이 적용됐다.

1심에 이어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부정 청탁을 했더라도, '청문감사관'이라는 직권을 남용해 담당자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수사지휘서에 신병에 관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구속 관련 얘기가 없다'고 말한 정도라면 수사상황을 누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수사의 보안·기밀을 침해해 수사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유지하면서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수사 대상, 방법 등에 관해 사법경찰관리에게 지휘한 내용을 기재한 수사지휘서는 당시까지 진행된 수사 내용뿐만 아니라 향후 수사 진행 방향까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수사기관의 내부 문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A씨가 아들에게 전달한 내용에 대해 "검사가 신병처리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를 충분히 추단할 수 있는 정보"라며 "수사지휘서의 내용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지휘서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수사기관에서 범죄 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 해당 사안을 얼마나 무겁게 여기고 있는지 추측하고, 그에 맞춰 수사에 대응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범죄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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