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즉각 방미않고 거제로 휴가간 이유?..트럼프와 안보담판 집중

파이낸셜뉴스       2025.08.03 10:53   수정 : 2025.08.03 10: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부터 2주내 방미 요청을 받았지만, 즉각 방미길에 오르지 않고 거제로 휴가를 떠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 휴가기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정상회담이 늦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친중성향의 이재명정부를 패싱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이 대통령이 즉각 방미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 대통령은 방미대신 8월 4~8일 거제 저도로 휴가를 떠나면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돌연 휴가일정으로 인해 한미 정상회담은 광화문 국민임명식(8월 15일) 전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휴가지 거제는 '마스가'의 심장부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투자금 내용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조선산업 재건 프로젝트 '마스가(MASGA)'도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거제에는 마스가를 이끌 한국 조선산업의 심장부가 있는 곳이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가 모두 이곳에서 첨단선박들을 건조중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이번 갑작스런 여름휴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안보협상 담판을 위한 집중구상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15% 관세협상 타결뒤에 "한 고비를 넘겼다"며 안보 협상이라는 해결해야할 산이 남았음을 스스로 언급한 바 있다.

통상협상의 경우 대미 협상단이 미국에서 직접 협상에 나서고 대통령은 수시로 보고를 받고 점검하는 식으로 타결을 이뤄냈다. 하지만 안보 등 나머지 패키지협상 분야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 이 대통령은 국내 현안을 다루는 국무회의에서 세부적인 정책까지 모두 직접 챙기는 '꼼꼼이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위한 집중구상을 위해 휴가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앞선 통상협상에서도 국민들에게 일일이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야당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통상협상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난까지 했다. 하지만 통상협상 타결뒤 이 대통령은 통상협상 업무로 인해 "이가 흔들릴 정도였다"며 미국에 있는 협상단과 수시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이 대통령에게 안보 청구서 내밀 듯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세협상에서 빠진 안보 분야 청구서를 이 대통령에게 내밀 것으로 보인다. 통상협상에선 다뤄지지 않은 한미동맹 현대화와 방위비 인상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미국산 무기 구입과 함께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이미 예견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방미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면담에서 주한미군 역할변경과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대만 문제도 거론됐다. 조 장관은 또한 미 백아관의 앤드류 베이커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남에서도 북한 문제와 한일·한미일 안보 논의를 가졌다.

8월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축소, 연기 등도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뤄질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조정을 위해선 연합훈련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미국측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미연합훈련 중단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해온 바 있다. 북한과 대화에 나선 한미 양측이 적절한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NSC, 주한미군 역할변경 논의...대만문제 개입 난관
이재명정부에서 실세 장관으로 평가받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8월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조정에 대해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다"며 이번주중에 NSC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아울러 국방부와 통일부의 입장이 다른 것에 대해 "(이재명정부는) 원팀이다. 통일부 따로 있고 국방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이번 한미 관세 협상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일부와 국방부는 각 부서의 존재 이유가 다 다르니. 그거를 이제 잘 조정해내는 것이 NSC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NSC 회의 장소는 항상 서울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긴급 상황 또는 출장지, 지방 등에서 NSC를 소집할 수도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의 휴가지에서 NSC 회의를 열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NSC회의 내용을 수시로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보고 받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NSC에는 총리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이 관여하고 있다.
대통령이 휴가 중일 때도 NSC가 개최된 사례도 그동안 있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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