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소비증대 효과

파이낸셜뉴스       2025.08.05 19:35   수정 : 2025.08.05 19:35기사원문

지난 7월 21일부터 총 13조2000억원 규모의 소비쿠폰 신청이 시작되었다. 7월 31일까지 대상자의 90%가 신청을 완료하여 사용을 시작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벌써 하루 매출이 소비쿠폰이 지급되기 전에 비해 10~30% 증가했다고 한다.

5년 전인 2020년 5월에도 약 14조2000억원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2020년의 재난지원금과 올해의 소비쿠폰은 모두 부진한 소비를 증대시킬 목적인데,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국민계정에서 2024년 가계의 연간 최종소비지출은 1185조7000억원, 가계의 총처분가능소득은 1435조7000억원이었다. 13조2000억원 규모의 소비쿠폰은 2024년 가계의 총처분가능소득의 약 0.9%에 해당한다. 소비쿠폰을 다 사용하고 최종소비지출도 13조2000억원만큼 늘어난다면 최종소비지출이 약 1% 증가하는 셈이다.

하지만 13조2000억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고 소비가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는다. 2020년에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늘어난 소비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받은 지원금의 약 30%였고, 현금으로 받은 지원금의 약 20%였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한계소비성향이라 하는데, 소득이 100 늘어날 때 소비는 30 또는 20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평상시 한계소비성향은 약 20%로 알려져 있다. 올해의 소비쿠폰에서도 한계소비성향이 30%라고 한다면, 가계의 소득이 소비쿠폰을 받아서 13조2000억원 증가할 때 소비는 약 4조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급된 소비쿠폰은 13조2000억원인데, 왜 소비 증가는 그것의 30%밖에 되지 않을까. 나머지 70%는 저축된다. 소비쿠폰을 은행에 예금할 수도 없는데 저축이라니? 물론, 소비쿠폰은 모두 소비된다. 다만 원래부터 내 돈으로 하고 있던 소비를 지급받은 소비쿠폰으로 하고, 그 소비에 썼을 돈은 남겨서 저축하거나 빚을 갚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대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대체는 다양한 맥락에서 일어난다. 지금 쓰라고 주는 소비쿠폰이지만, 소비쿠폰이 원래 하고 있던 소비의 일부를 대체하여 그만큼의 소득은 저축되어 나중에 소비되기도 한다. 대체는 현재와 미래의 시간 사이에서도 일어나지만, 품목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소비쿠폰을 거주지역의 동네 상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제약해도, 원래 동네 상권에서 지출하던 소비금액을 소비쿠폰이 대체하여 그 금액을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의 대체로 인해 소비쿠폰 사용처와 사용기간을 한정한다 해도 소비지출이 의도한 곳에서 의도한 시기에 소비쿠폰의 금액만큼 늘어나지는 않는다.

물론 13조2000억원은 언젠가는 어딘가에 쓰인다. 즉, 모든 품목에 대해 현재와 미래의 소비 증가를 적절한 방법으로 모두 더하면 13조2000억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중 상당 부분은 해외여행에서 쓰이거나 수입품에 지출될 것이고, 대형마트나 유흥업소의 매출 증가도 있을 것이다. 13조2000억원을 현금으로 주지 않고 사용처와 사용기간이 정해진 소비쿠폰으로 주더라도 '대체' 때문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올해 하반기 매출 증가는 1조원도 안 될 수 있다.

미래의 소비를 위해 저축한 70%의 대부분은 늘어난 세금을 내는 데 쓰일 것이다.
소비쿠폰 지급을 위해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면서 늘어난 재정적자는 언젠가는(아마도 조만간) 세금으로 돌아온다. 만약 지금 어려우니 빚을 내서 소비하고 1, 2년 후에 형편이 나아지면 그때 빚을 갚을 계획이라면, 그렇게 국민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현재 다른 선진국 중에 국가채무의 대GDP 비율이 100%를 넘는 나라들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훨씬 낮으니 추경 편성으로 재정적자가 더 누적되어도 괜찮다고 여겨진다면, 미래에 정부의 부채를 갚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할 청장년층에게 그래도 되겠느냐고 물어보아야 한다.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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