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장 GPU 빅테크와의 규모의 싸움…대학이 뒤집을 수 있다"
뉴스1
2025.08.06 05:30
수정 : 2025.08.06 05:30기사원문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수십만 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가진 메타 같은 빅테크가 자본 집약적 방식으로 인공지능(AI) 개발을 주도한다. 대학의 혁신적인 연구만이 규모의 싸움을 뒤집을 수 있다"
최근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선정 평가에서 고배를 마신 황성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그가 이끈 KAIST 팀은 프로젝트 유일 대학 주관 컨소시엄이었으나, 최종 5개 팀에는 들지 못했다.
황 교수는 "당장의 성과 때문에 기업은 다소 보수적으로 AI를 개발한다. 기존 성공한 설계(레시피)에 조금씩 새 방법들을 추가하는 식"이라며 "반면 연구에만 집중하는 대학은 기술 한 세대를 건너뛸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빅테크의 자본 집약적 개발은 모델 매개변수(파라미터)와 학습 데이터를 계속해서 늘려나가는 전략을 뜻한다. 최근 1만 장 GPU를 발주하겠다고 나선 한국이 이 방식을 당장 따라 할 수는 없다고 황 교수는 보고 있다.
인공신경망을 개선하는 연구를 통해 데이터 세트·연산 자원을 줄이자는 게 황 교수의 개발 철학이다. 이런 취지로 그가 낸 논문은 2021년 AI 최고 권위 학회인 '뉴립스'(NeurIPS)에서 상위 3% 성적인 '스포트라이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독자AI 프로젝트 평가에서도 AI 경량화를 집중 타진했다"며 "서비스의 지속성뿐 아니라 디바이스에서의 모델 사용성도 높아진다. 개발비용도 줄기 때문에 기술 주기 한 세대에서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대학 연구실에 GPU가 없다는 점이다. 유수의 대기업과 협업해 봤다는 그는 생각보다 기업이 GPU 나눠주기에는 박하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대학 자체 재원이나 기초연구비로도 막대한 GPU 비용을 댈 수 없다.
황 교수는 "결국 연구실이 운영할 수 있는 건 10장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가 기업 컨소에 합류하지 않고 직접 팀을 꾸린 것도 이런 배경이다. 기업 주관하에서는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만큼의 GPU를 얻기 힘들 거라고 봤다.
황 교수는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최신 GPU 500장을 지원해 준다"며 "학계로서는 다시 없을 기회였던 만큼 탈락이 아쉽다. 개발 경험을 살려 수업도 개설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최예진 스탠퍼드대 교수, 이용재 위스콘신대 교수 등 컨소에 합류할 예정이었던 최고급 인재들도 아깝다고 황 교수는 전했다. 최 교수는 엔비디아 AI연구 선임디렉터이며, 이 교수는 멀티모달 거대언어모델(LLM)의 원조 격인 '라바(LLaVA)' 개발을 주도했다.
황 교수는 "대학 연구실에 100장 GPU라도 지원해 주는 정부 사업이 신설돼야 한다"며 "그래야 AI 인재가 유출되지 않고 국내에서 크고, 기업이 필요한 인재풀로 자리잡는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