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클 때 필수! 뇌 진정제 '가바'란 무엇인가?

파이낸셜뉴스       2025.08.30 07:00   수정 : 2025.09.04 17: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포유류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분자량 103의 작은 물질이다. 아미노산이지만 알파-아미노산이 아니라서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지 않는다.

4개의 탄소 원자 사슬에 한쪽 끝에는 카르복실기가 다른 한쪽 끝에는 아미노기가 달려있는 구조다. 기체 상태에서는 양끝이 정전기의 인력으로 강력히 붙어있고 고체 상태에서는 양끝이 서투르게 결합하여 여러 구조가 나타난다. 용해 상태에서는 5개 이상으로 다양한 구조가 보인다.

이런 가변적 분자구조로 인해 여러 수용체와 결합하여 각기 다른 효과를 낸다. 뇌의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불안, 흥분을 가라앉히고 수면과 성장호르몬에 관여하는 등 인체의 항상성 제어에 필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자극을 감지하고 곧바로 반응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몸 안에 거대한 전자화학 네트워크인 신경계가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것에 몸이 닿을 때 재빨리 몸을 떼는 것, 눈에 갑자기 빛이 들어오면 얼른 눈을 감는 것, 계단을 올라갈 때 계단의 높이를 눈으로 파악하며 그에 맞춰 다리를 움직이는 것, 화가 나거나 흥분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이 풀리면 몸이 이완되는 것, 모두 신경계가 하는 일이다.

뇌에서 말단의 신경까지 이렇게 순식간에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신경계를 이루고 있는 수백~수천 조 개의 뉴런, 신경세포 덕분이다.

신경세포는 나트륨, 칼륨, 칼슘, 염소 등의 이온 통로를 통해 서로 전기신호를 주고받거나 시냅스(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지점)를 통해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때 사용되는 화학물질, 그것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이다.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면 생소하지만 사실 한번쯤 들어본 익숙한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있다. 도파민, 아세틸콜린, 글루타메이트, 글루탐산, 히스타민,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옥시토신, 세로토닌 등이 모두 신경전달물질이다.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로 부모들 사이에 유명한 감마-아미노부티르산, 즉 가바(GABA)도 신경전달물질이다. 각각의 신경전달물질은 특정한 작용을 한다.

예컨대,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은 몸을 극도로 흥분시키고 에너지를 증가시켜 응급 상황에 대처하게 만든다. 노르에피네프린은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들어 긴장과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도파민은 의욕, 행복감, 기억, 인지, 운동조절 등에 두루 관여한다. 그래서 도파민이 너무 과도하면 ADHD나 조현병이 발생할 수 있고, 너무 부족하면 치매, 우울증, 파킨슨병이 발생할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에는 ‘흥분성’과 ‘억제성’이 있다.

여기서 ‘흥분’이란 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이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억제’는 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이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을 뜻한다. 마치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흥분성 물질은 뉴런의 반응을 증폭시키고, 억제성 물질은 뉴런의 반응을 누그러뜨린다.

신경세포에 따라 흥분성 물질을 분비하는 ‘흥분성 뉴런’이 있고, 억제성 물질을 분비하는 ‘억제성 뉴런’이 있다. 또 흥분성 물질이 여러 신경세포를 거치며 먼 거리의 신경세포를 흥분시키기도 하고, 억제성 신경세포가 다른 억제성 신경세포를 억제하기도 한다. 억제를 억제하여 몸의 신경이 지나치게 이완되는 것을 막는 메커니즘이다. ‘변조성’ 신경전달물질도 있다.

이것은 다른 흥분성 또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주어 그 효과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다.

즉, 뉴런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신경전달물질 자체에 작용하여 수용체와의 반응을 조절한다. 그런데 억제성, 흥분성, 변조성은 물질에 따라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보통 도파민은 흥분성, 세로토닌은 억제성으로 구분하지만, 도파민이 억제성으로 작용할 때도 있고 세로토닌이 흥분성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또 흥분성으로 알려진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은 모두 변조성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하다.

세로토닌 역시 억제성이면서 흥분성이면서 동시에 변조성이다. 흥분성, 억제성, 변조성을 결정하는 것은 신경전달물질 자체이기도 하지만 뉴런과 뉴런이 만나는 시냅스 부위가 어떻게 연결되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고, 어떤 수용체와 결합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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