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담 덜었다" 이창용 한마디에…8월 금통위 앞두고 해석 분분
뉴스1
2025.08.08 06:01
수정 : 2025.08.08 06:01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이 잘돼 8월 말 통화정책방향회의(통방)에서 큰 부담을 덜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결정을 3주 앞두고 남긴 발언이 여러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전망이 여전히 혼재된 양상을 보이면서, 이달 한은의 금리 셈법은 한층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8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날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한미 관세 협상이 잘돼 8월 통방에서 큰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후 해당 발언의 의미를 묻는 말에 "관세 때문에 여러 부정적인 것을 많이 생각했는데, 우리 경제에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뜻이었다고 답했다.
"경기 우려 완화되면 인하 덜 급해" 8월 동결론 탄력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그간 8월 금리 인하를 예상해 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이에 따라 경제 성장률 전망이 상향되면 금리 인하는 덜 시급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정황상 매파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금리 동결을 예견했던 이들의 경우 더욱 매파적 신호로 받아들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제 전망의 악화를 피했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8월 금리 동결 유인이 이전보다 강해졌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8월이 아닌 10월 인하를 예상해 온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한 눈높이가 최근 1% 수준으로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 연구원의 경우, 한은이 8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0.9~1.0%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성장률 상향과 금리 인하는 엇박자로 해석될 수 있어 8월 인하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경기 낙관론이 확산한 현시점에 굳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작다고도 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인하 여력이 상당 부분 남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최대 2~3차례 인하 여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은 그간 동결과 인하 예상이 팽팽한 양상을 이어 왔다. 최근 내수 중심으로 경제 전망이 개선된 점에 주목하는 이들은 8월 동결을, 부동산 과열 완화와 여전히 어려운 경기 상황에 집중하는 쪽은 8월 인하를 주로 예상해 왔다.
"최악 벗어났다는 안도감일 뿐" 8월 인하론도 지속
다만 8월 인하를 전망한 전문가들은 이 총재의 발언을 기계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임 부총리와의 첫 공식 면담에서 건네는 의례적 발언일 수 있고, 한은의 경기 우려가 당초 컸다는 점을 방증하는 언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 발언은) 최악 시나리오를 벗어난 안도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경기 불확실성이 매우 컸던 이전보다 상황이 나아졌다는 것이지, 현재 금리 인하가 시급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8월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총재의 발언에도 기존 견해를 유지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올해와 내년 연속으로 잠재성장률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기대의 조기 확산을 막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백윤민 연구원은 "8월 말 인하 땐 한미 금리 격차가 최대치를 다시 경신한다는 점에서 시장 기대를 제어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한마디를 두고 전문가 해석이 분분하게 나뉠 정도로 이달 금리 결정은 종잡기 힘든 상황으로 해석된다. 금통위가 성장과 금융 안정에 각각 어느 정도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결정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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