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소주 1병 산 낯선 손님, 지켜봤더니 음독 시도 '편의점주 온몸으로 막았다'
파이낸셜뉴스
2025.08.13 10:30
수정 : 2025.08.13 15:04기사원문
경기 광주시 신현동 GS25편의점 장광식 지점장 '음독 시도 손님 생명구해'
수상한 모습에 눈길, 음독 시도에 손님 저지 한 뒤 '경찰 신고'
112신고 공로 포상금 30만원 받아, "의미 있는 돈 가족들 위해 사용"
가장 힘든 소상공인 중 한명, "모두 힘냈으면 하는 바람" 전해
사연의 주인공은 경기 광주시 신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GS25신현스카이점 장광식(51) 지점장.
사건은 지난 7월 9일 새벽에 발생했다. 편의점 안으로 초췌한 모습의 한 여성 손님이 들어 온 시간은 새벽 3시가 다 되어가는 2시 55분쯤이었다.
사야 할 물건을 찾은 듯 냉장고 쪽으로 이동한 여성은 소주 1명을 꺼내 들었고, 아무말없이 계산대에 내려놓았다.
딱 봐도 앳된 얼굴에 장 지점장은 신분증 확인을 요구했고, 이를 통해 확인한 여성 손님의 나이는 겨우 20살이었다.
이후 구입한 소주를 들고 편의점 앞 야외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손님은, 그렇게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었다.
그때 어떤 조짐이라도 느꼈는지, 장 지점장은 그 여성 손님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그래서 계산대 옆에 놓인 폐쇄회로(CC)TV로 손님을 지켜보 던 중 위급한 일이 벌어졌다.
멍하게 앉아 있던 손님이 갑자기 가방에서 수십개나 되는 약봉투를 꺼내더니, 한곳에 모아 곧바로 먹으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화면으로만 보아도 일상적인 처방약 복용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장 지점장은 곧바로 밖으로 달려나가, 손님 앞에 놓인 약을 움켜지고 먹는 것을 저지했다.
그리고는 "이러시면 안된다"는 말과 함께 이유를 물었지만, 손님은 횡설수설 말을 잇지 못했다.
장 지점장은 곧바로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도착까지 시간을 끌어 달라는 부탁에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설득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이 과정에서 손님은 "그냥 보내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사정이 있다"고 말하며 장 지점장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손님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윽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경찰에 상황을 설명한 장 지점장은 다시 계산대로 돌아가 업무를 이어갔다.
당시 손님을 인계 받은 경찰에 따르면 해당 손님은 응급처치까지 끝내고 무사히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혹시라도 장 지점장이 약을 먹으려던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더라면,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고마움에 경기 광주경찰서는 장 지점장에게 112신고 공로 포상금 30만원을 전달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만약 손님이 약을 먹으려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면 큰일 날뻔 했다"며 "손님이 무사하다고 하니 무엇보다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외진 곳인 데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동네 주민들이라 안면이 있지만, 그 손님은 처음 보는 얼굴에다 모습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초췌해 보여 눈길이 갔다"며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어려운 상황에서 잘 버텨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 지점장 역시 소상공인의 한 명으로, 계속되는 경제불황으로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편의점은 문을 열어 놓을 수록 적자가 쌓여가고, 손님은 계속 줄어드는 등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힘든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믿는 장 지점장은 "소상공인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힘든 상황을 잘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마음의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30만원의 포상금은 가족들에게 사용했다. "의미 있는 일을 통해 얻은 돈이니, 가장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었다"는 것이 장 지점장의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장 지점장은 "이번 일이 어떤 계기가 되어 좋은 일로만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하고, 또 다시 계산대 앞으로 돌아가 편의점 손님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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