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中성장 기대감'에 펀드매니저들, 신흥국 주식 '투자 비중' 확대

파이낸셜뉴스       2025.08.12 15:14   수정 : 2025.08.12 15: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알(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월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7%는 신흥국 주식에 대해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23년 2월 이후 2년 반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엘리아스 갈루 BofA 투자 전략가는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 상승과 미국 달러에 대한 약세 전망이 맞물리면서 신흥국 시장에 매우 유리한 조합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이달 들어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중국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전문가 전망치인 5.1%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FT는 "이같은 수치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 여파를 점차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 달러 약세도 신흥국 주식 및 채권 시장에는 호재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신흥국 정부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줄어들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해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미 달러는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약 10% 하락했다. BofA 설문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은 달러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달러는 투자대상 자산 가운데 '비중 축소(underweight)' 비중이 가장 컸다.

최근 글로벌 무역 불안으로 신흥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MSCI 신흥국 지수는 올들어 달러 기준 16% 이상 상승했다. 이는 MSCI 선진국 지수의 11% 상승률을 웃도는 수치다.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같은 기간 8.6%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JP모건 역시 최근 투자 의견을 선진국 대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신흥국 주식은 수년간 매우 힘든 시기를 겪었다"며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매우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 증시에 대한 고평가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 중 중 91%가 미국 주식이 고평가되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매그니피슨트 세븐(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에 대한 투자가 가장 '붐비는 거래(crowded trade)'로 지목됐다. 붐비는 거래는 특정 주식이나 섹터에 투자자가 과도하게 몰려 있는 상태로 리스크 증가와 급격한 가격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응답자들은 미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지는 않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6%가 미국 주식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내놓았는데 이는 전월의 23%보다 줄어든 수치다.

윌렘 셀스 HSBC 프라이빗뱅크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에 대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강세를 보이며 고평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며 "실적이 큰 폭으로 깜짝 상승해 고평가를 조금 더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밸류에이션 상승과 투자 비중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변동성의 잠재적 촉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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