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으로 회귀… APEC 중심 자유무역 체제 구상할 때"
파이낸셜뉴스
2025.08.12 18:29
수정 : 2025.08.12 18:29기사원문
노벨경제학상 수상 제임스 로빈슨 美 시카고대 교수
PECC총회 참석 제도경제학 석학
트럼프 행정부 무역기조 바뀐 탓
韓 놀라운 경제발전 성과에 주목
"민간혁신가와 민주주의 기반 덕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찾았던 인물이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12일 한국 경제의 성공요인을 언급하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민간영역의 혁신이 한국 경제발전의 토대가 됐으며,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이러한 혁신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식 성공모델의 상징으로 박 전 대통령과 정 창업주를 지목하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고 칭했다.
로빈슨 교수는 제도경제학의 세계적 석학이다. 국가별 발전과 쇠퇴 원인을 '제도'에 둔 경제학을 개척한 인물이다.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집필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는 "1973년 석유 파동 때, 석유 가격이 뛰었을 당시 정주영 회장은 '석유가 없으면 있는 곳으로 가자'고 외칠 정도로 실천적 인물이었다"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기회를 찾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가 주도 경제발전 구상 역시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민주주의의 역할을 주목했다. 민주주의가 없었더라면 이러한 경제발전의 성과들이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시민들이 이에 대항해 거리로 뛰쳐나온 점도 높이 평가했다. 로빈슨 교수는 "군사정권, 독재에 대한 잔상이 있었기에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아직 사회가, 제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0%대 저성장에 갇힌 한국 경제에 대해선 선진국으로 가는 일종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로빈슨 교수는 "1960~1970년대 기저효과로 한국은 고성장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발전을 했고 오히려 지금 선도적인 국가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빈슨 교수는 PECC 총회 특별세션에서 세계 질서가 '보호무역주의'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과 관련, "미국 없는 글로벌 자유무역을 구상하고, 미국이 아닌 다른 시장에 주목해야 할 때"라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심의 새로운 자유무역 체제를 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빈슨 교수는 보호주의 회귀현상에 대해 "기존의 규칙 기반 규범 질서가 붕괴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라며 "자유무역이 지난 50년간 진행한 방식, 즉 (무역)장벽을 낮추는 방식은 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는 일맥상통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결론"이라고 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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