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재, 기업 압박 앞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파이낸셜뉴스
2025.08.12 19:04
수정 : 2025.08.12 19:04기사원문
정부 "5년 내 OECD 수준 이룰 것"
공기 단축 등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는 1만명당 0.39명꼴이다. 이를 OECD 평균인 1만명당 0.29명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작업중지권 확대, 산업안전보건 공시제 도입 등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산업재해에 대해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산재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다시 강조하면서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반드시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의 미얀마 근로자 감전사 사고 이후 보기 드문 일들이 일어났다. 사고 다음 날인 5일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중대재해사고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그다음 날 이 대통령은 이 기업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방안을 검토하라는 불호령을 내렸다. 대통령 지시가 나온 지 이틀 만인 8일엔 DL건설 공사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추락사고가 터졌다. 사고 3일 만인 11일 DL건설 대표와 최고안전책임자를 비롯한 임원 등 80여명이 줄사표를 냈다. 12일엔 경찰이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하청업체 LT삼보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건설현장은 쑥대밭이 됐다. 사고가 난 건설사의 전국 공사장은 일제히 문이 닫혔다. 다른 건설사도 산재 공포에 휩싸였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5년간 10대 건설사 중 산재 사망자가 가장 적었던 업체다. 그랬던 기업이 올 들어 무더기 사고를 냈다. 대통령의 질책에 건설사들은 사고 예방에 힘을 쏟고 있지만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다시피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규 수주를 꺼릴 만큼 몸을 사린다고 한다. 작업이 정지된 건설사들의 협력사들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징벌적 처벌만 내세우면 산재는 못 막고 현장만 위축시킬 것이다. 건설사 산재는 최저가입찰제, 하도급 관행, 공사기간 단축 압박 등 복잡한 구조적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인력난으로 급증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가 빈번한 것도 짚어볼 대목이다. 건설사는 최저가 수주 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숙련 저임금 노동자나 값싼 원자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비용절감에 매달리는 관행과 구조를 개선해야 산재도 줄일 수 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닌 만큼 실효성 있는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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