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 확충 94조·지출 절감 116조… 적자국채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2025.08.13 18:21
수정 : 2025.08.13 20:59기사원문
<210조 재원마련 어떻게>
의무지출 축소방안 전혀 없어
사업 통폐합으로 116조 어려워
노동·생산성 구조개혁 없이
잠재성장률 3%도 쉽지 않아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발표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핵심은 5년간 재정 추가 부담 없이 210조원을 투입해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세입 94조원 확충과 세출 116조원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와 트럼프발 관세 영향권 진입, 글로벌 경기둔화 등 대내외 악재가 재정여력과 성장 목표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의무지출 개혁 없는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기초연금·지방재정교부금 같은 경직성 지출은 손대지 않고 세입 확충방안도 모호한 상태에서는 재정조달의 현실성과 집행력 모두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경고다.
■지출 구조조정·세입 확충 '안갯속'
표면적으로 '추가 재정 부담 없는 성장 드라이브'이지만 올해 성장률이 0%대, 잠재성장률이 1%대에 머무는 등 적자재정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재원조달 계획의 실행 가능성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홍우형 동국대 교수는 "정부 예산 단일항목 중 지출이 가장 큰 것이 기초연금"이라며 "인구 고령화로 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 수급 대상을 현행의 절반 이하로 줄이고 지급 기준도 중위소득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위 계획에는 의무지출 축소방안이 전혀 없고 '관행적·낭비성 지출 절감'만 제시됐다"며 "집행 부진·성과 미흡 사업을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116조원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도 "1년에 20조원씩 줄이는 건 기존 사업을 없애거나 이름·내용을 다른 사업과 통합해 새로 만드는 과정을 지출 효율화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표지만 바꾸는 수준'의 통폐합으론 불가능하다"며 "실제 20조원 절감이 이뤄졌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94조원 세입 확충계획도 대내외 여건 악화 속에서 불투명하다. 홍 교수는 "종부세·양도세를 손댈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발 관세 효과가 현실화되면 수출기업 실적도 악화돼 법인세수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5년간 94조원은 연 19조원, GDP(국내총생산) 1% 미만"이라며 "법인세 8조원을 확보한다 해도 추가로 11조원이 필요하다. 결국 임기 3년 차에 2차 증세가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조세지출 감면 정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하지만 오히려 확대된 상황"이라며 "예산서 변경만으로 지출 구조조정이라고 보기 어렵고 지속 사업 목록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잠재성장 3% "구조개혁 필요"
재정조달의 현실성 못지않게 3% 잠재성장률 목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노동·자본·생산성을 올리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며 "AI 드라이브를 병행하겠다는 수준으론 달성이 어려운 목표"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미국은 연방법인세가 21%지만 한국은 최고 24%"라며 "상법개정안 강행 같은 조치도 기업투자 위축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 방향이 자본확충 위주로 가면서도 잠재성장률 목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도 "공공AI를 안보 차원에서 구축하는 건 동의하지만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릴 만큼의 투자여력은 없다"며 "가성비 AI, 틈새시장 공략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성장전략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정책 거버넌스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지방시대위원회·균형발전 예산 사전조정권은 방향은 맞지만 지방정부의 집행 역량에는 의문이 남는다"며 "자율 계정 이관은 철저한 관리와 성과평가가 병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중앙정부 예산이 줄어드는데,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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