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日총리, 패전 추도사서 13년만에 반성 언급..'침략·가해'는 빠져

파이낸셜뉴스       2025.08.15 13:08   수정 : 2025.08.15 13:08기사원문
15일 '전국 전몰자 추도식'
"전쟁의 반성과 교훈 새겨야"



[파이낸셜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5일 패전일을 맞아 '반성'을 언급했다.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다만 과거 일본 총리들이 반성을 거론하면서 함께 쓴 자국의 '침략'·'가해' 등 표현은 빠졌다.

따라서 한국을 포함해 식민 지배를 한 이웃 나라들을 대상으로 반성한다는 의미로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패전 80년을 맞아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식사(式辭)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0년간 우리나라(일본)는 일관되게 평화 국가로 걸어오며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써왔다"고 강조했다.

일본 총리가 패전일 전몰자 추도사에서 '반성'을 언급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그전 총리들은 이웃 나라가 겪은 피해를 언급하고 반성의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하면서 관행이 끊겼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가 재집권하고서 맞은 첫 패전일인 2013년 8월 15일에는 일본이 타국에 피해를 준 사실과 반성의 뜻을 표명하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이후 가해와 반성의 표현은 사라졌고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이를 사실상 계승했다.

일왕만 전몰자 추도식에서 '반성'을 언급해왔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추도식에서도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절실히 바라며"라고 작년과 같은 문구를 사용해 '반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반성'에는 일본의 침략과 가해 등의 표현은 쓰이지 않았다.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라는 배경이 추도사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식민 지배를 당한 이웃 나라들을 상대로 반성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패전 80년을 맞아 총리 담화 발표를 검토했으나 옛 아베파 등 집권 자민당 내 보수세력 반발을 고려해 이를 보류했다. 그는 추후 별도 개인 메시지를 내는 방안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역시 당내 보수세력의 반대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 총리들은 전후 50년이던 1995년부터 10년 간격으로 종전일 무렵 각의를 거쳐 담화를 발표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전후 50년 담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전후 60년 담화에서 각각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다.

아베 전 총리도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죄하고 후대에 사죄를 계속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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