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 임대주택 ‘표류’… 주민 반대로 잇단 철회

파이낸셜뉴스       2025.08.17 18:27   수정 : 2025.08.17 19:10기사원문
정부 국유지 활용계획 암초
흑석동 200가구 건립 최종 철회
여의도 성모병원 앞도 지지부진

정부가 도심 유휴부지 등 국유지와 노후청사를 활용해 공공주택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공급이 이뤄져야 할 현장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대주택을 지으려던 계획이 주민 반대로 철회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빗물펌프장 일대 부지(흑석동 2-26번지) '공공임대주택 200가구 건립' 계획이 최종 철회됐다.

동작구 임대주택 비율이 다른 자치구에 비해 높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면서다. 해당 부지의 58.8%는 국공유지로, 환경부·서울시·동작구가 소유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곳의 개발 방향을 '수변공원 조성'으로 변경했다. 이후 임대주택 대체구역으로 '흑석동 주민센터' 부지가 지목됐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즉시 반대서명을 진행하는 등 강한 반발이 나왔다. 이 계획 역시 사실상 철회된 상태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민들도 '임대주택 포비아'에 긴장 상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 중인 여의도 성모병원 앞 부지(여의도동 61-2번지)에 300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사업이 지난 2023년 철회됐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40여년간 공터로 남겨진 이곳은 8264㎡ 규모로 감정가 4000억원이 넘는 한강변 알짜부지로 꼽힌다.
LH는 2년 전 주민 반대로 임대주택 계획을 접은 후 지난해까지 세 차례 부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최근 대통령실의 LH구조개혁 방침에 따라 매각 시도를 중단한 상태다. 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은 "해당 부지에 언급됐던 국제학교 설립은 진척이 없는데 또다시 임대주택을 추진한다면 여의도를 국제금융특구로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행보"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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