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개편안, 충분한 국민 공감대 얻어야
파이낸셜뉴스
2025.08.17 18:32
수정 : 2025.08.17 20:35기사원문
급격한 재생에너지 도입은 부담
에너지 저소비 고효율 구조전환
국내 전기료 수급 구조상 가격을 올려야 할 상황이지만 여론 눈치를 보느라 차일피일 미룬 게 전기료 인상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이번에 전기료 인상안을 꺼내 정면돌파를 시도한 점은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전기료 인상을 다루는 데 있어 합리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전기료 인상안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8년 29.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문제는 태양광과 해상풍력의 발전 단가가 원전보다 3~6배나 비싸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현 정부로선 전기료 인상이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도 원전 비중을 유지 혹은 확대하려는 추세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대적 추세인 건 맞다. 다만, 재생에너지와 원전 간 적정 수준의 에너지믹스를 추구한다면 전기료 인상 폭도 합리적인 구간에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료 인상안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도 에너지 가격 정상화를 공언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전기료 인상은 물가에 자극을 주게 되며, 고물가는 국정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된다.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전기료 인상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이런 정책 실기 때문에 한국전력의 재정 위기만 더욱 키웠다. 국민이 내야 할 전기료를 한전이 대신 떠안고 있는 비합리적 구조가 지속돼온 것이다.
이제는 비정상적인 전기료 체계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때가 됐다.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기료 인상 방안은 불가피하다. 국가 산업의 중추인 에너지 정책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AI 같은 핵심 산업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에 갇혀선 안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합리적 믹스, 에너지 효율화 정책, 한전 재정 건전화 방안을 아우르는 큰 그림 속에서 전기료 조정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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