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 위해 美와 맺은 계약, 독소 vs. 기회비용 확보

파이낸셜뉴스       2025.08.19 13:59   수정 : 2025.08.19 14: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할 때 향후 50년간 1기당 약 1조원 규모의 물품과 용역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하고,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향후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수출할 때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굴욕적인 계약이라는 지적과 미국과의 원전 수출 협력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19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우리가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을 맺고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이 계약 기간은 50년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수원과 한전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최종 계약을 앞두고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 같은 내용을 합의문에 담았다. 양측은 상호 비밀 유지 계약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합의 조건으로 조 단위의 로열티와 일감 등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팀코리아에 밀려 체코 원전 수주에 실패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과 한전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웨스팅하우스는 법적인 소송과 별도로 미국 에너지부의 수출 통제에 협조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원천 기술을 가진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거나 이전할 때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지난 1월 한수원과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에 합의하면서 이 같은 걸림돌을 해결하게 됐다. 이후 팀코리아는 지난 6월 체코와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당시에도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상당 부분의 일감을 가져간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을 서두르려다 굴욕적인 계약을 체결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원전 2기에 25조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체코 정부가 요구한 현지화율 60%와 웨스팅하우스의 1조원 기자재 납품 등을 감안하면 우리 기업이 가져갈 몫은 8조원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전으로 시간을 끄는 사이 다른 원전 수주의 길도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체 수주 금액을 생각하면 2400억원이라는 지식재산권 사용료는 비중이 작고, 9000억원에 달하는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도 웨스팅하우스가 아니어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전체 수주금액을 생각하면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하는 돈은 큰 액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미국과 소송을 벌이는 동안 잃어버릴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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