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이불 브랜드와 경쟁서 생존… 2대째 시장 지켜

파이낸셜뉴스       2025.08.19 18:41   수정 : 2025.08.19 18:41기사원문
(3) 왕자이불 강경보 대표
박리다매·할인 전략으로 승부
우림시장 내 유일한 이불가게로
"전통시장의 장점 살려 운영할 것"

"결국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건데요. 어떻게든 전통을 지켜보겠습니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 우림시장에서 침구점 왕자이불을 운영하는 강경보 대표(50)는 19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생기면서 전통시장에서의 침구 판매가 과거와 같지 않다"면서 "전통시장만의 특화 전략을 세워 생존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표는 모친인 김순자(73)씨에 이어 2대째 왕자이불을 운영 중이다.

김순자씨가 지난 1987년 창업한 왕자이불은 이후 우림시장 한 자리에서만 38년째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아들만 둘이어서 이름을 왕자이불로 지었다고 했다.

김씨의 창업은 초기부터 녹록지 않았다.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편에 국내 최대 침구 브랜드 대리점이 들어선 것이다. 김씨는 "하루하루 적자가 이어지면서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며 "아이들은 아직 어린데 살아갈 길이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씨는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가게에 '왕창 세일'을 써 붙인 뒤 평균 20% 정도 할인 판매하는 초강수를 뒀다. 또 새벽부터 가게를 열고 자정쯤 문을 닫으면서 하루 3∼4시간 정도만 잠을 자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마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박리다매'로 승부를 걸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맞은편 침구 대리점은 몇 년 뒤 인근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에도 우림시장 안에 침구점이 계속 생겨났지만 현재 운영되는 곳은 왕자이불이 유일하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강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코스닥 상장사 등에서 재무회계를 담당했다. 그는 "직장에서 일하다가 작은 사업체를 운영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게 운영을 어머니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고민하다가 가업을 계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강 대표는 왕자이불을 운영하면서도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혼기를 놓쳐 결혼을 사실상 포기할 무렵, 지난해 교회 지인을 통해 인연을 소개받았다. 국제결혼으로 가정을 꾸리게 됐다.

강 대표는 "수차례 설득한 끝에 올해 2월 아내(포이 노은)를 맞이했다. 지금 한창 신혼"이라며 "어머니, 아내와 함께 일하며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다만 강 대표의 앞길은 탄탄대로가 아닌 험로가 예상된다. 전통시장이 아닌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침구를 구매하는 등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백화점과 대형매장, 소셜커머스 등이 편리한 점이 있지만, 분명 전통시장만의 강점이 있다"며 "우림시장을 찾는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는 사랑방과 같이 가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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