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GA 동력 뺏는 노란봉투법 "신속 납기 강점 사라져"

파이낸셜뉴스       2025.08.20 15:08   수정 : 2025.08.20 15: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준비로 분주한 K-조선이 '노란봉투법'이라는 대형 암초를 만나며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잠정합의까지 갔던 HD현대는 조선 3사 노조가 공동 파업을 예고했고,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했던 한화오션은 아직 하청노조 손배소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파업으로 인한 손해와 더불어 '적기 생산에 따른 신속 납기'라는 K-조선의 강점이 희석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조선3사는 공동 파업을 예고했다. 3사 노조는 "오는 29일까지 2주간 사업장별 집중 교섭을 진행하겠다"며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9월 첫 주부터 공동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 노조는 지난달 18일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격려금 520만원 △특별 인센티브 약정임금 100% 지급 등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63.8%의 반대로 부결됐다. 백호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사측은 1차 의견일치안에 연연하지 말고, 포괄적이고 조합원들이 납득할 만한 제시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전면파업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염두에 두겠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노조의 시간끌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파업에 부담을 느끼는 사측에게서 더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셈법 때문이다.

실제 HD현대가 제시했던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인상 폭이 2024년 타결안보다 3000원이 많았고, 격려금·성과급 등 변동급여 지급 규모를 더하면 조합원당 평균 2700여만원으로 추산돼 '역대 최대 규모'였다. 협상 장기화를 막기 위해 사측에서 상당히 높은 금액을 빠른 시일에 제시했지만, 찬반 투표에서 거부 당하며 업계 내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한화오션은 여름휴가 전인 지난 7월 임단협을 타결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하청노조 간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취하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노란봉투법은 법 시행 전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적용돼, 통과되면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란봉투법 통과에 따른 '노조리스크'가 부각되면 높은 납기 준수율이라는 K-조선의 강점이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주 입장에서는 발주한 선박의 인도와 운영 시기가 가장 중요한데, 파업에 따른 '납기 지연국'이라는 인식이 심어지면 K-조선이 외면당할 수 있다"라며 "한미 협력의 주역인 마스가 프로젝트의 본격 추진을 앞두고 노사 갈등에 휩싸이는 건 정부와 업계 모두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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