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구조개편, 외환위기 극복한 사즉생 각오 필요
파이낸셜뉴스
2025.08.20 18:13
수정 : 2025.08.20 18:13기사원문
업계 자율로 생산 능력 25% 감축
뼈를 깎는 각오로 구조조정 실행을
이에 따라 NCC를 보유한 10개 석화기업 관계자들은 20일 자율협약식을 갖고 앞으로 각 사별로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생산량 감축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금융, 세제, 연구개발(R&D), 규제완화 등의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노력의 정도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할 것이라고 한다.
석화 업종은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정도로 고수익 산업이었다. 재벌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NCC 공장을 가지지 않은 그룹이 거의 없었고, 이는 과잉투자로 이어졌다. 생산 캐파는 키워놓았는데 세계적 불황이 닥쳤고, 거기에 더해 우리만큼 NCC 시설을 늘린 중국의 저가공세로 하루아침에 대규모 적자를 내는 위기에 빠졌다.
정부의 석화산업 구조개편 방안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1차 대책을 내놓았지만 기업들은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루고 눈치만 보며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이제는 그럴 시간도 없고, 기회도 없다. 중국과 중동의 생산 증대와 저가공세로 석화 업종의 미래는 금세 밝아지지 않을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생산시설을 감축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개편작업을 서둘러야 기업이 살고 나라도 산다.
정부는 연말까지 자구계획 제출을 요구했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 기업들이 서로 손해를 덜 보려고 다투고 양보를 거부하는 행태를 반복하다가는 구조개편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 것이다. 그동안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일수록 구조조정에도 더 적극성을 보이는 게 마땅하다 할 것이다.
구조개편은 시설 감축에 그치지 않고 인력 축소도 따를 수 있다. 또한 지역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이미 조선업종에서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이 또한 중국의 물량공세 탓이었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구조개편과 함께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로 위기를 넘겼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석화업계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잠시 숨을 고른다고 생각하고 시장을 지배할 미래형 석화산업으로 재도약할 기회를 노려야 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위기 때 더 중요하다. 자율성만 강조하다가는 한진해운의 사례와 같이 살릴 수 있는 기업을 죽일 수 있다. 특히 노조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하고, 때로는 강제력을 동원하는 정부 주도식 개편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생산으로 방향을 틀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