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제·형벌 감축 약속, ‘양치기 소년’ 되지 말아야

파이낸셜뉴스       2025.08.20 18:14   수정 : 2025.08.20 18:14기사원문
앞에선 기업 다독이며 뒤로는 압박
노란봉투법, 마지막까지 재고해야

정부·여당이 20일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 관련 당정협의'를 갖고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은 규제와 과도한 경제형벌을 합리화하기 위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관련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여당이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의 이달 내 처리를 예고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자 이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입법 권력을 틀어쥔 여당이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배임죄 완화·폐지와 기업활동을 옥죄는 거미줄 규제 철폐에 나선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도 희망고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매번 아쉬울 때마다 기업들 불러놓고 "늘 네 편이니 너무 걱정 마"라며 다독여놓고 뒤돌아서면 기업 옥죄기 법안을 강행하겠다니 정부의 진의가 헷갈린다. 이런 일이 일상화되면 정부가 하는 말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5대 그룹 총수, 경제6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제일 중요한 건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라며 "그 핵심이 바로 경제고,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에는 배임죄 등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경제형벌 30% 감축을 지시했다. 지난 19일에는 이 대통령이 다시 재계 총수들을 만나 "기업 규제 철폐나 배임죄 완화 부분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 기업은 고립무원 상태다. 노동계는 툭하면 파업을 벌이고, 여당은 기업을 압박하는 법안 강행을 벼른다. 믿을 건 정부뿐인데 말로는 지원한다고 해놓고 감감무소식이다. 한입으로 두말해선 안 된다. 한 손으로 당근을 내놓고 다른 한 손으로 채찍을 든 격이다.

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앞말과 뒷말이 다르면 어느 쪽이 진실인지 듣는 사람은 혼란스럽다.

지금 기업의 경우가 딱 그렇다. 재계가 그토록 호소하는 노란봉투법 철회 또는 완화는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쪽에서는 우리는 기업 편이라고 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나.

기업이 중요한 것을 알고 노조를 무시할 수도 없는 정부의 처지가 도리어 딱할 정도다. 이럴 바에는 어느 한쪽만 생각하는 정책을 펴야 시장이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다시 한번 노란봉투법 입법을 재고해 달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기업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중견기업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 줄었다.
조사 대상기업 절반의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고, 적자로 전환된 기업도 부지기수다.

정부는 더 이상 친기업으로 포장한 말의 성찬만 늘어놓지 말고 배임죄 폐지 같은 구체적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정부를 믿고 나라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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