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북극항로 상업운항… 정부 주도로 빨리 시범운항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08.20 18:16   수정 : 2025.08.20 19:25기사원문
북극항로협회 초대 회장 맡은
김영석 前 해양수산부 장관
천년 해상운송 큰 흐름 바뀌어
러-우크라전쟁이 임계점될 것
이대로 있다가는 中·日에 밀려
북극 인접국과 MOU 등 필요
부산항을 거점 항구로 키워야

"북극에 우리나라 기지 있는 거 아세요?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스피츠베르겐 섬에 니알슨 기지라는 데가 있습니다. 2002년 4월 제가 해양개발과장을 할 때 북극기지를 개소했어요."

33년4개월 동안 해양수산 분야의 공직에서 근무하고 2017년 해양수산부 장관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김영석 초대 한국북극항로협회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남극기지는 잘 알려져 있지만, 북극의 환경과 자원을 연구하기 위해 개설된 북극 다산 과학기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다산은 정약용의 호(號)인데 해양학에 관한 저술을 다수 남긴 해양과학자이기도 해서 이름에 붙였다고 한다. 남극 세종기지는 1988년 처음 개설됐으니 북극기지는 14년 정도 뒤다.

"천년을 이어온 해상 운송의 큰 흐름이 바뀌어 이제 북극을 통한 항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상업운항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일본은 내빙 기능을 갖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3척을 발주해 러시아 야말프로젝트(러시아 서시베리아 야말반도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해 수출하는 사업)와 연계해 운항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벌써 러시아와 밀접하게 공조하고 있습니다. 2023~2024년 선박이 북극항로를 통과한 사례가 17번 있었는데 14번이 중국 선박들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박근혜 정부 이후 북극항로 정책이 잠을 자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는 시기가 '크리티컬 포인트'(임계점)가 될 것이라면서 빨리 시범운항도 하고 연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북극항로 전도사'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도 같은 생각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시급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 우리도 아라온호를 북극에 한 번 보낸 적이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에서는 러시아 선박을 임차해 우스트루가항에서 출발, 광양항 사포부두까지 운항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이를 되살려야 합니다. 북극항로 운항을 위한 거점항구(허브포트)가 필요한데 부산항이 확실한 허브포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 항구의 몰락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세계 톱이었던 일본에 치명적인 일이 1995년 고베 대지진이었습니다. 이후 물류의 흐름이 우리나라에 완전히 넘어왔습니다. 일본은 수출입 물량을, 직접 미국이나 유럽으로 움직이는 것 빼놓고는 다 부산항에서 환적도 하고 리패킹(재포장)을 합니다. 부산 신항의 배후 단지에 제조·조립·가공 공장들이 많아요."

사실 부산항은 이미 거점항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북극항로 거점항구로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가진 일본은 북극항로를 개척해 옛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는 설명이었다.

"태평양 공해에 우리나라 단독기지가 있는 사실을 아십니까. 클라리온 클리퍼튼 해역이라고 해서 태평양 해저에 우리가 탐사권을 갖고 있는 지역입니다. 북극에는 엄청난 석유가 묻혀 있고, 광물 자원이나 수산 자원도 많은 미개척지이자 보고라고 할 수 있죠. 북극은 아직 연안국 간에 경계 확정이 안 됐습니다. 끝없이 분쟁과 갈등이 있을 겁니다. 러시아는 이미 상당 부분 권리를 확보한 상태고, 알래스카가 인접한 미국도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하려 할 겁니다. 우리나라도 인접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북극항로 개척에 아직 소극적인 해운사들의 반응에는 이렇게 설명했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국가 주도로 시작해야 합니다. 선사들은 리스크가 있고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야 되는 등 복잡한 문제가 있어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주도해서 해운협회 등과 협력하여 시범운항을 매년 몇 차례 이상 빨리 해야 해요. 이대로 두다가는 일본이나 중국한테 선점당합니다. 항상 바다를 선점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해 왔거든요. 우리나라는 세계 '톱3' 안에 있는 환적항, 허브항을 갖고 있고 있지 않습니까."

사단법인 북극항로협회는 지난달 4일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창립식을 열었다. 김정재, 문금주, 문대림, 신성범, 이달희, 정일영, 조승환, 주철현 의원을 비롯해 산업계·학계 전문가들과 주한공관, 주한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이 참석, 초대 회장에 김 전 장관을 선출했다.
김경호 전 주러시아대사관 정무공사가 상임부회장을, 최수범 국립인천대 북방물류사업단 부단장이 사무총장을 맡았다.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과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은 고문으로 참여했다. 협회는 앞으로 '북극항로연구소'를 운영하고 민관협력 프로젝트 발굴, 산업협력 사업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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