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나도 멋지게 살고 싶다

파이낸셜뉴스       2025.08.21 18:06   수정 : 2025.08.21 18:32기사원문
노인이 전체인구의 20.6%
대학 학비 낮추고 문호개방
생존 위한 AI교육 받았으면

#1. 33년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하늘나라로 가실 때까지. 결혼하던 해, 시어머니 환갑잔치가 있었다. 당시 고작 61세. 그런데도 시어머니가 할머니처럼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그때의 학습효과로 요즘 청년들이 필자를 보면 할머니로 볼까 겁이 덜컥 난다. 시어머니가 자주 "너는 젊어서 좋겠다"고 하시면, 그땐 그 말씀을 이해 못했다. 그랬던 필자도 나이 먹으니, 젊은이들이 부럽다. 자주 보는 기자들을 보면, 남녀불문 피부에서 광채가 난다. 진짜 너무 예쁘다. 그런데 말이다, 놀랍게도 겉은 늙었지만, 마음만은 이팔청춘. 여전히 내일을 설계하고, 미래를 꿈꾼다. 도통 늙었다고 인정하기 싫다.

#2.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닥치고 세대교체'다. 뭐, 다른 분야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여성이나 청년을 비하하면 즉각 반격이 들어오지만 '세대교체'라는 말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노인폄하라는 시비도 붙지 않는다. 아! 노인들은 다 어디로 가야 하나? 겁난다. 그냥 죽어야 하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무려 1만4439명.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은 2003년 이후 2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다. 그중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만8044명. 이는 해마다 약 3000명의 노인이 자살했다는 것인데, 2023년 한 해 노인 자살자(3838명)를 365일로 나눠 산술평균을 내면 일평균 10.5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결론.

#3. 일찍이 시인 예이츠는 '비잔틴으로의 항해'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There is no country for old man)"고 단언했으니, 서럽고 또 서럽다. 문제는 올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6%를 돌파하고 2035년 30.1%, 2040년 34.4%, 2050년 40.1%, 2070년 46.4%, 2117년엔 54%로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 통계청 전망. 결론적으로 10년만 지나면 우리나라 인구 3명 중 1명은 노인이다. 단순히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 264만명의 장애인 중 54.3%가, 기초생활수급자 267만명 중 43%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죽지 않고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은 이리도 절망적인데, 정부가 고작 내놓는 빛 좋은 해결책은 '경제적 안전망 확충'과 '사람과의 연결'이란다. 누가? 어떻게? 무슨 돈으로?

#3.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미 도래한 AI 시대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유튜브 쇼 '휴즈 컨버세이션(Huge Conversation)'에서 "AI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22세 청년이 아니라 62세가 직면할 변화"라고 단언. 그는 "AI 때문에 분명 일자리는 사라진다"며 "내가 22세라면 대학을 졸업하고 역사상 가장 운 좋은 세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1인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진 놀라운 시기"라며 "2035년에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우주탐사에 참여하거나, 전혀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갖게 된다. 지금 하는 모든 일은 지루해 보일 정도로 세상이 급변한다"고 했다. 이런 세상에선 현재 통계청의 전망치는 의미도 없다. "어이쿠, 나 어떻게 해?"

#4. 정부는 내년 3월부터 노인대상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제도를 실시한다고 한다. '통합'한다니 도움은 될 듯. 그런데 단순 '지원'만으론 근본대책이 안 된다. 노인정책의 목표를 '성장'과 '연결'에 두어야 한다. 톨스토이가 말했듯 "인간은 성장해야 행복하다". 그래서 하는 제안. 소위 SKY 대학교(서울대, 고대, 연대)도 대학원생 모집이 안 되고, 지방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니, 상급교육기관의 문호를 노인층에 과감하게 개방하는 것. 노인전형 따로 하고, 교육비도 대폭 낮추고. 필자도 AI 시대에 생존을 위해 재교육받고 싶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 웃고 떠들고 싶다. AI 관련 직업을 갖고 싶다. 그러면 성장도, 연결도 해결된다.

김행 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전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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