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러 제재 '구멍투성이'…中금융기관이 돈줄 우회로

파이낸셜뉴스       2025.08.25 11:08   수정 : 2025.08.25 11:08기사원문
美, 공급망 충격과 물가 상승, 금융 혼란 우려해 中은행 제재 안 해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지 못한 건 중국을 경유한 자금과 물자 흐름이 완전히 끊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는 국가인데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그 이유로 제재의 허점을 지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금융기관과 결제망은 러시아가 서방의 1차 제재를 피하거나 우회할 수 있도록 통로를 제공하고 있지만, 미국은 대형 중국 은행을 직접 겨냥하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6000건이 넘는 제재를 단행했으나, 중국의 대형 금융기관을 직접 제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전자제품부터 의약품까지 공급망이 충격을 받아 물가가 오르고,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대금을 지불할 수 없게 되거나 수출품 대금을 받지 못하게 돼 무역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틴 초젬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런 계산 때문에 사실상 중국 은행은 제재 불가 상태가 됐다"며 "대형 금융기관 제재는 세계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이 덕분에 러시아는 중국 은행과 전자지갑, 국경 지역의 소형 금융기관, 제3국 중개를 통해 결제 통로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서방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국영은행 VTB도 중국 내 사업을 확장하며 우회로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VTB는 국제결제망 SWIFT에서 퇴출당했지만, 고객들에게 알리페이 같은 중국 플랫폼을 활용한 이체를 안내하며 대안을 홍보했다. 전자지갑을 통한 루블 정산은 사실상 세계 금융망의 뒷문이 될 수 있었다. 알리페이 모회사 앤트그룹은 관련성을 부인했으나, VTB의 안내문은 이미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다.

서방이 2차 제재를 경고하자 대형 중국 은행은 지난해부터 루블화 결제를 엄격히 제한했다. 그 여파로 러시아와 중국 간 일부 거래 대금이 몇 주간 묶였다.

이 기간 동안 생긴 공백은 주로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 지역에 있는 소형 지방 금융기관들이 메웠다. 이들은 서류를 수기로 처리하고 돈을 인편으로 전달하는 등 감시망에 걸리지 않는 방식을 동원해 거래에 나섰다.

또 NYT는 올해 4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자 박람회에 미국의 제재 대상인 홍콩 반도체기업 올칩스가 있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순항미사일에 들어가는 부품을 판매하는 올칩스 측은 대금 결제 방법에 관한 질문을 받자 왓츠앱을 통해 달러와 중국 위안화 결제를 알리페이 또는 VTB 계좌이체로 받는다고 답했다.


이런 허점을 의식한 유럽연합(EU)은 최근 몇 달 사이 러시아 거래를 중개한 중국 지방은행 두 곳을 제재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유럽이 전 세계적인 제재를 집행할 금융 영향력이 부족해 한계를 보이는 상황이다.

마리아 스네고바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할 수단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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