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없는 우리도 원청 거래 끊길까 걱정" 중소기업계 '사용자 범위 확대' 우려

파이낸셜뉴스       2025.08.25 16:08   수정 : 2025.08.25 16:08기사원문
노란봉투법 통과에 중소기업계 우려
"타업체 파업 시에도 업계 전체 영향"



[파이낸셜뉴스] "하청공장에서 원청을 상대로 쟁의 행위를 벌이면 2·3차 협력 업체들도 납품을 못 하게 된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런 중소기업들의 직원들이 이탈하거나 최악의 경우 문을 닫을 수 있다." (뿌리산업 업계 관계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결국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자 중소기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원청 노조의 파업이나 하청 노조의 쟁의가 원청과 협력사의 거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5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업계는 정부에 노란봉투법이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노조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사용자 범위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넓힌 것이다. 이에 따라 원청은 하청 근로자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어도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안에서는 교섭 의무를 지게 된다.

문제는 이 조항이 중소기업의 경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하청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원청이 거래 관계를 줄이거나 완전히 끊어버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노조법이 개정되면 파업이 장기화된다거나 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중소기업 산업 구조상 대부분 하청으로 이뤄져 있는데, 다른 업체의 파업으로 공급망 내에서 생산이 일부 중단되기만 해도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의 사업장 점거 사태 이후 협력업체 7곳이 일감을 잃고 줄줄이 도산한 사례가 있었다.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대상도 기존 임금 등 '근로조건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업상 결정'으로 확장했다.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 경영상 판단까지 쟁의 사안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이 역시 또 다른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원청 대기업의 노사 갈등이 커질 경우 납품 일정에 차질이 생겨,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들까지 간접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근로조건 문제는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할 사안인데, 쟁의 대상에 포함될 경우 노사 분규만 늘어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노조가 없는 기업도 쟁의를 벌이는 기업과 엮여 줄줄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노사 분규가 장기간 계속되면 버틸 수 있는 중소기업은 얼마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계는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이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특히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노조법 2조법이라도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하거나, 유예기한을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다양한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장의 우려를 고려해 정부는 노사 의견을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와 국회가 노란봉투법의 파급 효과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