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로 힘들게 얻었는데.. '쌍둥이 딸' 살해한 母, 법정에서 한 말
파이낸셜뉴스
2025.08.27 07:09
수정 : 2025.08.27 08:11기사원문
1심 징역 8년에 항소... 항소심 변론 종결
[파이낸셜뉴스] 초미숙아로 태어난 생후 7개월 쌍둥이를 순차적으로 살해한 40대 친모가 항소심에서 '아이들의 장애 가능성과 극심한 육아 스트레스'를 범행 동기로 주장했다.
어렵게 얻은 딸.. 초미숙아로 태어나 극진히 보살펴
A씨는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8시 30분쯤 전남 여수시 한 아파트에서 생후 7개월 된 쌍둥이 자매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그의 범행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이른바 '참작 동기 살인' 유형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피고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든 피해 아동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피고인은 배우자로부터 질타를 받아 극단적 우울감에 빠졌던 것으로 보이고 정신적인 불안 상태가 범행으로 이어지는 등 무관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A씨는 시험관 시술 끝에 쌍둥이를 가졌지만 아이들은 26주 만에 600g 미만의 초미숙아로 태어났다.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된 아이들은 4개월간 집중치료를 받았다. A씨 부부는 일주일에 2~3차례 병원을 찾는 등 정성을 쏟았고, 아이들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장애 우려 있다는 말에.. 산후우울증 겹친 엄마의 비극
하지만 A씨는 통원 치료 과정에서 의사로부터 아이들이 영구 장애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남편의 공격적인 언행이 겹치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실제 A씨는 출산 후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피고인 심문에서 "장애로 인한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고 있다. 아이들이 그런 고통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며 "반면, 남편은 전혀 육아를 도와주지 않았고 '남들도 다 하는 데 왜 못하냐'며 항상 비난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아이들을 시설에 맡기겠다'고 하자 그동안의 헌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산후우울증과 겹쳐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고 부연했다.
결국 A씨는 다른 방에 있던 아이 2명을 질식시켜 살해했다.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자수했다.
A씨 진술에 검찰은 "부모에겐 아이들의 목숨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설령 피고인이 말한 모든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아이들을 살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아동 살해가 끊이질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검찰 중형 요청에.. 남편 "모두 제 잘못, 제가 항소하자고 해"
검찰은 "1심의 징역 8년이 무겁다고 항소를 한 것인가"라고 반문, "원심의 형이 너무(적어 오히려) 개탄스럽다"고 재판부에 거듭 중형 선고를 요청했다.
A씨는 최종 진술에서 "눈을 뜨고 감을 때마다 아이들이 생각난다. 이름을 부르는 것도 죄스럽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며 "누구보다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한 제 진심만은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 남편은 "모든 게 제 잘못인 것 같다. 아이 엄마는 항소할 생각도 없었다. 제가 항소를 하자고 해서 여기에 서 있는 것"이라고 아내를 감쌌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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