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 둘째치고 한국식 영어" 李대통령 통역관 데뷔전, 美교포들의 '깐깐한 지적'
파이낸셜뉴스
2025.08.27 10:29
수정 : 2025.08.27 10:44기사원문
외시 47회 출신 조영민 서기관…트럼프 옆엔 25년 경력 '닥터 리'
교포사회 '중대한 시기에 왜'..무난한 데뷔전에도 '아쉽다'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1. 2000년대 초반부터 미 국무부에서 근무하며 2014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방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2022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정상회담 등에서 미국의 ‘입과 귀’ 역할을 했다.
#2. 외교부 서기관 출신의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국제 행사 데뷔전을 펼쳤다.
이재명 대통령 옆 젊은 통역관
이날 정상회담 현장에서 이 대통령 옆에는 새 통역관으로 발탁돼 지난 7월부터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는 조영민(39) 외교부 서기관이 앉았다. 외무고시 47회 출신인 1986년생 조 서기관은 외교부 국제경제국, 주미 한국 대사관 등에서 근무했다.
회담이 끝나고 조 서기관이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언론과의 즉흥적인 질의 응답을 즐기는 데다 의전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보니 통역 난이도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긍정적 평가와 함께 아쉬움의 목소리도 많았다.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나오는 외교 무대에서 통역관은 경험도 실력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컸다.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 미씨유에스에이(MissyUSA)의 한 이용자는 "비영어권 국가간 통역도 아니고, 영어를 쓰는 미국이란 나라를 대상으로 지금처럼 중대한 순간에 대체 어쩌자고"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발음, 억양, 버벅거림은 둘째 치고 한국 학교에서 배운 전형적인 한국식 영어였다"며 "발음을 덜 굴려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데 한국식 직역을 해 귀를 의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역관 선발 방식 바꾸라
외무고시를 통과한 외교관들을 통역관으로 내세우는 절차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통상 대통령 통역관은 외교부가 소수 후보를 올리면 경력과 평판, 실력 등을 따져 낙점하는 식으로 선발된다. 선발된 통역관은 의전비서관실 또는 외교정책비서관실에 소속돼 평소에는 다른 행정 업무를 겸임한다. 한미 정상회담 같은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는 통역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통역의 아쉬움을 말하며 "공부만 하고 외무고시 통해 외교관 된 사람들이 완벽하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건 어렵다"며 "특채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승진 등에서 정통 외무고시파에게 밀린다"는 현실을 알리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채 형태로 대통령 통역관이 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주미 대사 내정자로 문재인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강경화 전 장관이다. 강 전 장관은 1977년 KBS에 입사해 영어방송 PD 겸 아나운서 출신으로 1997년 외환위기 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맡았다.
이후 '대통령의 통역관'의 대표주자가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문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그 영어 잘하는 장관을 한·미 관계 전면에 내세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CNN 등 강 전 장관의 여러 외신 인터뷰를 인상 깊게 본 뒤 여러 차례 극찬했다. 그는 “한국에 외교장관이 있지 않냐. TV 인터뷰를 봤는데 영어가 ‘퍼펙트’하더라”며 강 전 장관의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도 높게 평가했다.
실력과 함께 필요한 건 경험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앞세운 노련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 전 장관도 김대중 대통령의 통역관이 되기 전 국회의장 국제비서관, 세종대 영문과 조교수,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관 등으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았다.
미 국무부 소속으로 닥터 리(Dr. Lee)라 불리는 이연향 국장도 미국 측 통역관으로 나와 여유있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연륜을 보여줬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무부 한국어 담당 통역관으로 활동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미·북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행사 때마다 등장해 대중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씨유에스에이에선 지난 2020년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을 받았을 당시 통역에 나선 샤론 최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 이용자는 "(샤론 최는) 봉준호 감독이 하는 농담을 심플한 표현들로 너무 잘 살려서 시상식 때 청중들도 다 같이 빵빵 터지게 했다. 통역가의 언어센스"라고 설명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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