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차림' 회장님, 새벽마다 도서관행...SK '인재양성' 정신 이렇게 계승됐다
파이낸셜뉴스
2025.08.28 08:00
수정 : 2025.08.28 13:50기사원문
최종현 SK 선대회장 과거 일화
새벽마다 공사 현장서 직접 확인
SK그룹, 선경도서관 25억 기부
'인재양성' 정신, 고택서도 발견
#.1993년 어느날 새벽.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공사가 한창인 수원 선경도서관에 등장했다. 양복이 아닌 점퍼 차림이었다. 그는 공사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필요할 때는 지시도 내렸다.
그의 방문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폐암으로 작고한 형, 최종건 SK 창업회장의 '인재양성' 의지를 잇기 위해서였다.
[파이낸셜뉴스] 1995년 준공돼 30년 동안 수원 시민들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선경도서관이 현대화에 속도를 붙인다. SK그룹은 이를 위해 25억원을 기부하고 전방위적인 지원에 힘쓸 예정이다. 새단장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완료될 전망이다. 선경도서관은 평소 인재양성을 첫 번째 과제로 여긴 최 선대회장이 각별한 애착을 가지고 건립, 이후 수원시에 기부한 건물이다.
그의 방문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폐암으로 작고한 형, 최종건 SK 창업회장의 '인재양성' 의지를 잇기 위해서였다.
선경도서관 설립 배경엔 창업회장 애향 정신
책과 자료도 상당했다. 지난달 말 기준 선경도서관의 어린이·일반 도서는 4만5208권이다. 수원시 내 17개 도서관 가운데 가장 많다. 도서 대부분은 SK그룹이 기증한 것이다. "배움에 뜻을 가진 인재를 위해 나눔을 아끼지 않는다"는 최 선대회장의 철학과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그는 생전 서울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도 각각 60억원씩 기증했다.
선경도서관 설립 배경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시 인구수 대비 도서관이 턱없이 부족한 시기였다. 최 선대회장은 이를 평소 안타깝게 여겼다고 한다. 결국 그는 인재양성을 실천하고 최 창업회장의 애향 정신을 기리기 위해 도서관 건설을 준비, 법원 등이 사용하던 팔달산 자락 부지를 1989년 매입한다. 이후 착공, 준공을 거쳐 1995년 문을 정식으로 열었다. 여기에 투입된 금액은 총 250억원이다. 선경도서관은 최 창업회장의 동상을 세워 SK와 수원시의 동행을 기념했다.
고택, 공장 사무실서도 '인재양성' 몰두
지금은 형태가 없는 선경직물 공장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최 창업회장은 1950년대 전력이 불안정해 기계를 돌리지 못하는 날이 빈번하자, 이 날을 '한글 배움의 날'로 정하고 구성원들을 교육했다고 한다.
두 회장의 생각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최 회장은 1998년 최 선대회장 별세 이후 선경도서관에서 열린 '추도 음악회'에 참석해 고인을 기리고 아버지의 뜻을 잇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2018년 최 선대회장 20주기를 맞아 사재 SK㈜ 주식 20만주(당시 약 520억원 상당)를 출연, ‘최종현학술원’을 창립하고 이사장을 맡았다. SK그룹 관계자는 "수원시는 최 선대회장이 ‘인재보국’을 구상한 터전"이라며 "국가 인재를 키운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한국고등교육재단 후원도 51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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