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객 잡아라… 은행권 전용상품·특화점포 강화

파이낸셜뉴스       2025.08.27 18:09   수정 : 2025.08.27 18:09기사원문
체류 외국인 273만명 '새 먹거리'
신용대출·보험 등 상품 속속 등장
대면상담 영업점으로 접근성 제고

은행권의 외국인 고객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외국인 고객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 기존 예·적금을 넘어 신용대출, 보험 등 금융 서비스를 다양화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 고객 수는 680만77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외국인 고객은 2023년 636만352명에서 지난해 664만102명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인 금융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며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모시기 경쟁에 한창이다. 그동안 주로 지방은행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대출영업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시중은행들도 대출상품 등을 선보이면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 '하나 외국인 EZ Loan(이지론)'을 출시했다. 대상은 E-7비자(특정활동)·E-9비자(비전문취업)를 보유한 외국인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기간은 최장 30개월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평균 체류기간과 비자 만기 시점을 고려해 설계됐다.

하나은행은 우선 외국인 근로자 특화점포인 전국 16개 일요영업점에서 평일·일요일에 대면 판매 방식으로 상품을 취급하고, 판매채널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신용대출 상품을 통해 외국인 고객층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지난 2022년 1월까지 판매했던 '외국인주거래우대론'은 장기 체류자 등 주로 신용이 확실한 외국인만 대상으로하는 상품으로 접근성이 다소 낮았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출시를 목표로 외국인 신용대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신한은행은 외국인을 대상으로는 전세대출 상품만 취급했었다. 최대 2000만원 한도로 대출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신용대출 상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내 고객과 비교해 신용평가를 하기에 상대적으로 어렵고, 외국인 차주가 출국하면 사실상 대출을 회수할 수 없게 돼 연체 리스크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빠르게 늘어나며 외국인 고객의 중요성이 커지자 새로운 먹거리로 삼는 분위기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학업, 근로, 관광 등 다양한 목적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73만명을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20~30대여서 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소득 증대가 예상되는 매력적인 고객층으로 평가된다.

은행들은 대출상품뿐만 아니라 특화점포, 전용보험 등을 마련하며 외국인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9일 경기 안산에 '안산외국인중심영업점'을 오픈했다. 올해 1월 경남 김해, 5월 서울 독산동에 이은 세 번째 외국인 중심 영업점이다. 대면상담이 가능한 영업점과 화상상담 기반의 '디지털라운지'를 결합해 외국인 고객맞춤형 공간으로 운영된다.


KB국민은행은 삼성화재와 협업해 지난달 말부터 외국인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출국만기보험, 귀국비용보험, 상해보험 등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을 KB스타뱅킹 앱에서 간편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달 안에 보험금 청구 기능을 추가해 외국인 고객이 비대면으로 보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금융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국내에 외국인 근로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신용대출 등 외국인 금융 수요가 많다"며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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