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구속영장 기각...특검, '비상계엄 국무회의' 수사 제동

파이낸셜뉴스       2025.08.27 22:18   수정 : 2025.08.27 22:18기사원문
"증거인멸·도주 우려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국무위원 소환조사에도 차질 빚어질 듯



[파이낸셜뉴스]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구속을 면하게 됐다.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조은석 특검)은 '국정 1인자'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에 성공했지만 '2인자' 한 전 총리 구속에 실패하면서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폐기, 공용서류손상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중요한 사실관계와 한 전 총리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는 점 △수사진행경과와 한 전 총리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한 전 총리의 경력이나 연령, 주거와 가족관계, 수사절차에서의 출석상황과 진술태도 등을 종합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지적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해 3시간 25분만인 오후 4시 55분께 끝났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므로써, 한 전 총리는 서울구치소에서 즉시 석방될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번 심사에 김형수 특검보 등 8명이 참여, 54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362쪽 분량의 의견서, 160장의 PPT(파워포인트) 자료,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제시하면서 혐의 및 구속 필요성 소명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심사에서 위증 관련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폐기와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않고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허위 계엄 선포문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서명한 뒤 폐기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특검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된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막지 못한 것을 넘어 방조했다고 본 것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국무총리는 행정부 내 대통령이 임명하는 유일한 공무원으로 헌법 수호 책무를 보좌하는 제1의 국가기관"이라며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사전에 견제·통제할 수 있는 헌법상 장치인 국무회의 부의장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전 총리는 지난해와 올해 초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문을 받은 기억이 없다",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했는데, 지난 19일 특검 2차 소환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문을 받은 것을 인정하면서 진술을 번복했다. 이같은 진술 번복으로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하고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 우려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한 전 총리는 헌정사 최초로 전직 국무총리로서 구속기로에 놓였지만, 일단 구속을 면하면서 '전직 국무총리 최초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피했다. 다만 한 전 총리가 그간 진술을 번복한 점과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서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점 등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법원의 1차 평가인 영장실질심사가 기각되면서 특검의 향후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검팀은 '핵심 피의자'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지만, 국정 2인자인 한 전 총리 구속에 실패하면서 타격을 입은 것이다.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 상황과 국무회의 전 대통령실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는 특검이 국무위원 신병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수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검은 추가 조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에 나설지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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