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조, 대법 판례와 충돌… "입법으로 노사관계 뒤집는 건 과도"
파이낸셜뉴스
2025.08.28 18:16
수정 : 2025.08.28 18:16기사원문
"사업 경영상 결정은 쟁의대상 아냐"
법원 판례는 경영권 영역으로 명시
"사회적 대화 필요" 찬반 논쟁 지속
정리해고나 사업조직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을 단체교섭 대상 또는 쟁의행위 대상으로 보지 않은 대법원의 최근 판례 경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쟁점을 입법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국회 및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조5호 개정은 노동쟁의 개념에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라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사업경영상 결정에 대한 노동쟁의를 허용하면, 사실상 경영상 결정에 노조의 교섭 요구가 가능해지고 이를 사용자가 거부했을 시 쟁의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동안 노조법 개정 찬성론자들은 사용자성 개념(노조법 2조2호) 확대 필요성에 대해 '최근 법원의 판례 취지를 명문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노동쟁의 개념(노조법 2조5호)의 경우 이 같은 주장과는 확연히 배치된다. 그동안 재판부는 정리해고나 사업부 통폐합과 같은 고도의 사업경영상 결정은 교섭대상이나 쟁의행위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주로 판결해 왔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업경영상의 결정은 경영권의 영역이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사례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올해 6월 발간한 집단적 노사관계 관련 주제별 판례 분석집에도 주요 판례로 명시돼 있다. 쌍용차 노조 사건 판례(대법원 2011.1.27 선고 2010도11030 판결)다.
당시 대법원은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노조 측의 요구는 사용자의 정리해고에 관한 권한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경영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까지 법원은 의사결정이 근로조건과 밀접한 영향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교섭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그 경우에도 경영상 의사결정을 대상으로 쟁의행위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왔다"며 "협의는 할 수 있지만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용자성과 노동쟁의 영역의 경우 노사 간 교섭·분쟁 영역은 주로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축적한 사례들을 기준으로 반영해 온 경향이 크다. 쟁점이 첨예해 사회적 대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노사관계 관련 중요한 기준을 입법을 통해 뒤집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석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쟁점을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다수당이 대법원의 해석이 마음에 안 들면 법을 만들어 사법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률의 최고·최후의 해석권자인 대법원의 해석을 통해서 하나의 질서를 만들어 왔는데, 이제 그 질서를 깨뜨리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질서를 왜 깨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고 수용할 수 있는 논거와 목적이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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