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는 지진, 대비만이 답이다

파이낸셜뉴스       2025.08.28 18:28   수정 : 2025.08.28 18:28기사원문

자연재난 중에서 어떤 재난이 가장 인명피해가 많았을까.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자연재해로 숨진 사람들 가운데 무려 58%인 약 72만명이 지진과 지진해일로 목숨을 잃었다. 또 같은 기간 대규모 재난 10건 가운데 6건이 지진 관련 재난이었다는 사실은 지진이 얼마나 치명적인 재앙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본, 러시아 등 우리 주변 상황도 우려스럽다.

지난해 1월 일본 노토반도 지진(규모 7.6)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 최대 82cm의 지진해일이 관측됐다. 지난 7월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에서는 20세기 이후 역대 6번째인 규모 8.8의 거대한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30년 이내에 일본 남부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8 이상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70~80%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진 안전 지역이 아니다. 조선시대 기록만 봐도 지진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무려 1900여건에 달한다. 담장과 성벽이 무너지고 이를 불길한 징조로 여겨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들이 이를 증명한다.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113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6년 경주(규모 5.8), 2017년 포항(규모 5.4), 2024년 부안 지진(규모 4.8)은 모두 우리가 지진을 현실적인 위험으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오늘날 첨단 과학기술 시대에도 지구 내부의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발생하는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 점이 지진을 더욱 두렵게 만든다. 이에 정부는 지진방재종합계획을 수립해 지진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또 내진설계 의무대상을 확대하고 공공·민간 건축물 내진보강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철저한 대비다. 지진 발생 시 생존 확률을 높이는 핵심은 올바른 지식과 행동이다. 흔들림이 시작되면 즉시 책상이나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 머리와 몸을 보호해야 한다. 진동이 멈추면 가스·전기를 차단한 후, 엘리베이터는 절대 사용하지 말고 계단으로 대피해야 한다. 대피장소도 중요하다. 운동장, 공원 등 넓은 공터가 안전하고 건물과 담장, 전봇대에서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해안 지역에서는 지진해일에 대비해야 한다. 지진해일은 육지로 들어오면서 위력이 증가한다. 지진을 느끼는 순간 망설이지 말고 높은 지대로 대피해야 한다.

평소 집과 직장, 학교의 대피로를 미리 확인하고 물·비상식량·손전등·구급약·라디오 등을 담은 비상 배낭을 준비해 두는 것도 현명한 대비책이다. 지진은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다. 하지만 충분히 준비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충분히 대비하면 나와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평소 지진 대비 행동요령을 익히고, 비상용품을 점검하며, 우리 지역 대피 시설을 확인하자.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작을지 모르지만, 준비하는 인간은 결코 무력하지 않다. 오늘 시작하는 작은 준비가 내일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방패막이가 될 것이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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