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푸틴·시진핑 포옹…워싱턴에 보낸 외교 신호
파이낸셜뉴스
2025.09.01 21:59
수정 : 2025.09.01 21:58기사원문
【뉴욕=이병철특파원】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손을 맞잡았다. 미국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정학적 혼란이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카자흐스탄 등 20여 개국을 규합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역키신저' 전략 한계 드러나
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는 미국 워싱턴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 주석과 모디 인도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로 포옹하는 장면은 세심하게 연출된 것으로 미국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마이클 풀릴러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푸틴에 대한 온건한 대우는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놓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반대로 나렌드라 모디에 대한 거친 대우는 인도를 러시아에 더 가깝게 만들고 중국과의 관계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의회 외교위원장 마르코 미헬손은 "역키신저 전략은 효과가 없었다"며 "인도가 러시아-중국 구도에 부분적이거나 실용적으로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강화되고, 아시아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가질 수 있는 전략적 활동 공간이 좁아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키신저 정책은 1970년대 미국 외교를 주도했던 헨리 키신저 당시 국무장관의 전략을 말한다. 냉전시기에 소련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소련을 압박하는 외교 전략을 말한다.
인도 방갈로르 타크샤실라 연구소의 마노지 케왈라마니는 "외형적 이미지가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요소"라며 "백악관은 자국 정책이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자국의 이익을 충족시킬 대안을 찾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美에 보내는 단합 메시지
이번 회의에서 3국 정상은 각자의 입장을 정확히 밝혔다.
시 주석은 SCO 개막 연설에서 "냉전적 사고방식, 진영 대결, 괴롭힘"에 반대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 기구가 "세계적 격변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이 서방에 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또 최근 알래스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을 치켜세우며, 그 논의 내용을 시 주석에게 이미 상세히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전쟁이 러시아의 침공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다자주의와 포용적 세계질서 촉진"을 언급했다. 특히 모디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각별한 친밀감을 보여줬다. 둘은 같은 차량을 타고 정상회의 부대 회의장으로 이동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회담 장소인 호텔로 가는 길에 푸틴의 러시아산 리무진에 마지막 순간 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회담 장소에 도착한 뒤에도 공식 회담이 시작되기 전 차 안에서 5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모디 총리는 "그와(푸틴)의 대화는 언제나 통찰력을 준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글을 올렸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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