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연준 불확실성에 금·은 동반 랠리

파이낸셜뉴스       2025.09.02 02:01   수정 : 2025.09.02 02:01기사원문

【뉴욕=이병철특파원】달러 약세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금과 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압박과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가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면서다.

런던 금괴시장협회(LBMA)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오후 경매에서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31.1g) 3475달러로 책정돼 지난 4월 22일 기록한 종전 최고치(3454달러)를 넘어섰다.

현물시장에서도 장중 348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에 불과 11달러 차이로 근접했다. 은 가격은 온스당 40.76달러를 기록하며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 압력을 가하고,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을 추진한 점이 금값 급등을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헬렌 아모스 BMO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제도적 신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 해임 방침을 밝힌 이후 매일 상승세를 이어왔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 17일 열리는 연준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 최근 개인소비지출(PCE) 지표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했다. 금은 무이자 자산으로, 금리가 낮을수록 투자 매력이 커진다.

올해 들어 금값은 33%나 치솟았다. 달러 패권 약화 우려와 함께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 외환을 다변화하기 위해 금 매입을 늘린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압력, 미국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금은 ‘최후의 피난처’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은 가격 상승세도 눈에 띈다. 피일 헌트는 보고서에서 “이번 주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 부진 전망이 은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 관세 대상에 은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추가 상승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미국 세관이 일시적으로 금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시장이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며칠 만에 철회되면서 금과 은은 여전히 관세에서 제외돼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절 연휴로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 변동성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개입과 달러 불안정성이 맞물리면서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준 독립성 훼손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하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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