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다자외교 성공 데뷔… 북중러 vs 한미일 '신냉전 구도'

파이낸셜뉴스       2025.09.03 18:40   수정 : 2025.09.03 18:40기사원문
의전 서열 2위 오르며 위상 과시
회담 중 푸틴, 파병 감사 뜻 전해
북중러 3국 연대 더 공고해질 듯
한미 대북 외교전략 변화 불가피
우원식, 시 주석에 "APEC 참석을"

중국 베이징에서 3일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의 최대 수혜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되면서, 향후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서 나란히 앉아서 열병식을 참관했다. 시 주석을 가운데 두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양옆에 자리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의 전략적 목표를 열병식 좌석 배치로 이미 달성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전서열 1위였던 푸틴 대통령 바로 뒤인 2위에 오르는 위상을 과시했다.

북한이 미국과 서방 동맹국을 제외한 세계 열강 '투톱'인 중국·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전략 변화가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는 남북회담 과정에서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실용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미회담 추진 입장을 분명히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김 위원장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다자외교 무대 데뷔에서 인민복 대신 양복을 착용하며 정상국가 지도자로서 위상을 내보였다. 딸 김주애도 동행해 북한의 4세대 세습구도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기회로 삼았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열병식 도중 나란히 앉아 통역으로 보이는 인원들을 뒤에 두고 몸을 상대 쪽으로 기울여 긴밀히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1959년 신중국 건국 10주년 때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과 떨어진 자리에서 망루 위에 섰던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보다 중국 최고권력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도 열병식 직후 양자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아우루스 세나트 리무진을 타고 함께 회담장으로 이동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위원장 역시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모든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화답하며 "북한이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며, 이는 형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다자외교 무대 데뷔는 한미일 동맹에 맞서 북중러 전략적 연대가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중러 협력 강화가 한반도 외교구도와 북미대화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김정은은 다자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앞으로 북중 관계 회복 및 북중러 3국 간 연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열병식에는 북중러를 포함해 이란, 카자흐스탄, 몽골 등 중앙아시아 국가와 세르비아, 쿠바, 슬로바키아, 짐바브웨,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정상 등이 참석했으며 서방 정상은 없었다. 미국 동맹국 중에서는 우리나라 의전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했다.

우 의장은 열병식 참관 장소인 톈안먼 망루에 올랐으나 중국 측이 김 위원장과 거리를 두고 자리를 배치해 현장 소통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다행히 우 의장은 열병식 참관하기 전 김 위원장과 악수했다. 악화된 남북관계 속에서 우 의장이 김 위원장과 직접 인사를 나눈 점은 남북관계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또한 시 주석을 만나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요청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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