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과 한류에 대한 입체적 이해

파이낸셜뉴스       2025.09.03 18:51   수정 : 2025.09.03 19:28기사원문

미디어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대한 얘기만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케데헌'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케데헌은 총 2억3600만뷰를 기록하며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시청한 영화가 되었다. 케데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용량뿐 아니라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영향력을 케데헌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케데헌은 미국 내 K팝 스트리밍 이용량 급증, 구글 트렌드에서 한국 도시들에 대한 검색량 상승 등 대한민국 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케데헌의 국적이 쟁점이 되고 있다. 케데헌의 레퍼런스는 K팝을 포함해서 대부분 한국과 관련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류는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콘텐츠가 아시아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되면서 시작되었다. 초기 한류는 콘텐츠가 소비되고 조명되는 그 자체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북미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수용되고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콘텐츠로 인한 한류가 단순히 콘텐츠라는 결과물을 넘어 다양하고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콘텐츠 자체만큼이나 중요해졌다. 새 정부에서는 중요한 정책 기조 중 하나로 문화강국을 내세우고 있다. 문화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한류가 가진 확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성공 사례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한류라는 개념의 입체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한류가 지리적 범주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K콘텐츠 유통이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국내 콘텐츠 유통은 대한민국 홍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케데헌은 K팝이 그동안 축적해 온 상징 자본과 한류가 만들어낸 대한민국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라는 자양분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적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둘러싼 맥락이다. 고삼석은 '넥스트 한류'에서 한류가 공급자 주도의 전파를 통해 발생한 현상이라기보다는 해외에서 수용되면서 형성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한류의 제작과 수용에 국적을 넘어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K콘텐츠가 국내 플랫폼을 통해 해외시장에 유통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네이버 등 해외에서 성과를 거둔 플랫폼 사업자가 있고, 티빙이라는 경쟁력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있다. 국내 플랫폼의 글로벌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한류의 활용도 중요하다.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해 제작된 K콘텐츠, 국적이 대한민국은 아니지만 한국의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도 한류의 일부다. 한류에 대해 폭넓고 입체적으로 접근할 때 그 성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약력 △44세 △중앙대 언론학 박사 △한국방송학회 총무이사 △방송통신위원회 자체평가위원 △KBS 시청자 평가원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겸직교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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