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형 CBAM’ 도입 검토 착수..“산업 보호·감축목표 대응”

파이낸셜뉴스       2025.09.09 16:52   수정 : 2025.09.09 13:17기사원문



정부가 한국형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 내년부터 유럽연합(EU) CBAM이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한국도 탄소누출 업종의 산업 경쟁력 보호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대응체계 마련에 나선 것이다. 다만 독자적 제도 도입의 실효성과 통상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체계 마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과업은 한국형 CBAM 도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따지고, 제도 설계 방향과 사회적 논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세부적으로는 △국제 동향과 주요국 사례 분석 △국내 ETS(배출권거래제)와의 정합성 검토 △업종별 파급효과 분석 △제도 설계 시나리오 △법·제도적 보완 필요성 △사회적 논의 구조 마련 방안 등이 포함됐다.

EU는 2026년부터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CBAM을 전면 시행한다. 한국은 철강·알루미늄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기업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CBAM이란 제도가 기후 뿐만 아니라 무역장벽·관세적 성격이 있는 만큼 한국형 CBAM도입이 필요한 지 여부를 검토에 나선다"면서 "업종별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포럼 등을 열어 사회적 논의를 통해 방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한 업계 전문가는 “철강처럼 해외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업종은 우리만 당하고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며 “한국형 CBAM은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교역 상대국과의 마찰, 정치적 리스크도 불가피하다”며 “기업 분위기는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전했다.

현재 CBAM의 직접 영향권은 철강에 국한되지만, EU가 석유화학까지 확대할 경우 한국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형 CBAM 독자 도입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서울과학기술대 이상준 교수는 “CBAM은 본질적으로 힘 있는 나라가 밀어붙일 수 있는 통상 조치인데, 한국처럼 소규모 통상국가가 독자적으로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제도를 다른 나라가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보복 조치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이 CBAM을 추진한다면 아시아권 등 유사 입장의 국가들과 연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도 도입 여부와 방향성을 결정할 방침이다. 핵심은 △국내 ETS와의 정합성 확보 △산업계 부담 최소화 △국제무역규범과의 부합성 여부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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