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핵불용 '마지노선' 무너지나…북중 '비핵화 없는 경협' 우려
연합뉴스
2025.09.05 10:10
수정 : 2025.09.05 17:30기사원문
시진핑 "北 발전의 길 지지"…핵보유 고수하는 北에 특급 의전
中 북핵불용 '마지노선' 무너지나…북중 '비핵화 없는 경협' 우려
시진핑 "北 발전의 길 지지"…핵보유 고수하는 北에 특급 의전
북한이 비핵화 문제는 '논외'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의 비핵화 언급도 사라졌다. 전통적으로 북핵을 용인하지 않았던 중국의 '마지노선'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전날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조선(북한)이 자기의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을 걸으며 조선식 사회주의 위업의 새로운 국면을 부단히 개척해 나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2018∼2019년 열렸던 1∼4차 북중 정상회담 때와 달리 북중 모두의 결과 보도에서 한반도 비핵화 관련 내용은 빠졌다.
당시는 북미 정상회담이 돌아가던 때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겉으로나마 밝히던 시기다.
반면 최근 북한은 "국위이고 국체인 핵을 영원히 내려놓지 않으려는 우리의 입장은 절대 불변"(지난달 27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이라며 핵을 담판 용도로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렇듯 비핵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김 위원장을 톈안먼 망루에 불러들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세우고, 북한이 걷는 '발전의 길'을 지지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북한의 현 행보를 묵인한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핵무기 고도화를 통해 전략적 지위를 확보한다는 것이 북한의 궁극적 목표인데 이 목표를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특급 의전을 해주고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에 포섭되지 않게 적극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해 준다는 것"이라고 봤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북중이 모든 단계에서 밀접하게 왕래하고, 당의 건설·경제 발전 등의 경험을 교류하고, 조선노동당과 국가의 건설사업 발전을 돕기를 바란다"며 중국과의 호혜적 경제무역 협력을 희망했다.
현실적으로 북중 경제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등을 위반하지 않고선 추진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따라서 이런 협력도 기존 대북제재나 비핵화 원칙을 사실상 훼손하는 가운데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홍 연구위원은 "비핵화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이 중국의 관행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입장 선회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회복 필요성, 변화하는 동북아 지정학적 상황 등의 고려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북중의 이번 정상회담 결과 보도에는 양국이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겠다는 표현이 공통으로 등장한다.
'전략적 소통'은 중요한 정치, 안보 사안에서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양국이 사전 조율과 협의를 하겠다는 함의가 담긴 말로, 북러 밀착으로 북한과 중국 사이가 소원해지면서 최근 북중 관계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았던 표현이었다.
시 주석으로서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한편에선 동북아에서 미국과의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북한과의 공조 강화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영향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은 줄곧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계속해서 북측과 조정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이를 두고 "중국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넓히겠다고 하고 북한이 수용한 모양새"라며 "향후 회담 국면에서 중국이 주도해 나가겠다는 간접적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에선 중국의 태도는 당장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완전히 폐기했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최대한 끌어낼 주변국들의 외교력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양 교수는 "북한이 지금은 면전에 있으니 (중국의 기존) 한반도 3대 원칙에서 '비핵화'를 강조하지 않았다 뿐이지 폐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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