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어쨌길래.. 울산시교육감이 직접 경찰에 고발

파이낸셜뉴스       2025.09.08 14:26   수정 : 2025.09.08 14:56기사원문
우리 애만 휴대전화 쓰게 해 달라 요구
거부하자 문자폭탄, 각종 민원 제기로 괴롭혀
학교 측 수학여행까지 포기
해당 교사는 병가 내고 휴직.. 트라우마 호소
시교육청, 교권 침해로 판단해 교육감이 직접 고발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이 '교권활동 침해' 사안으로 판단된 한 초등학생의 학부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협박, 무고' 등으로 8일 울산경찰청에 고발했다. 울산에서 교육감이 직접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를 형사고발한 것은 처음이다.

■ 우리 애 죽으면 책임질래?


울산시교육청과 해당 학교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말께 울산의 한 초교 1학년 담임교사 A씨는 입학 준비 안내 연락을 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B씨로부터 "아이가 불안해 하니 휴대폰 사용을 허락해 달라"라는 요구를 듣게 됐다.

A씨는 "학교 규칙상 교내에서는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이 금지돼 있어 당장은 어렵다"라고 안내를 했다. 그러자 학부모는 "만약 우리 애 죽으면 책임질 수 있느냐"라고 따졌다.

이후 학부모 B씨는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했다. "교내에서 휠체어 사용을 하게 해달라", "날씨가 더운데 야외 체험 학습이 웬말이냐" 등의 내용으로 수차례 학교, 강북교육지원청 등으로 민원을 넣었다.

이 학부모는 민원에 그치지 않고 학교 급식실을 무단으로 침입하는가 하면 담임교사에게 문자메시지도 30~40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학부모의 민원에 견딜 수 없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자 교육청 교육활동보호센터에 해당 상황을 알리는 한편 울산교사노조, 울산교총 등 교원단체에도 가입해 구제를 요청했다.

교사 A씨는 1학기에 이어 2학기가 시작된 9월에도 병가 휴직을 내고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A씨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작된 학부모 민원이 현재에도 진행형에 있다"라며 "우리 반 아이들만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병원 치료를 받는 등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힘든 마음은 여전하다"라고 토로했다.

■ 수학여행까지 포기한 학교


학부모의 이 같은 악성민원에 해당 학교 교육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1학년 9개반 담임교사들은 이날 모두 병가를 내는 등 단체행동으로 악성민원에 대응하고 있다.

앞서 학교는 올 하반기 예정돼 있던 수학여행을 취소했다. 교사들은 내년 2학년 때 해당 학생의 담임이 될 수 있다도 있다고 우려해 벌써부터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이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20조 제4항은 관할청이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관계 법률의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활동 침해가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돼 경우 교사 개인이 아니라 교육청이 직접 형사고발에 나선 것이다.

시교육청은 학부모를 B씨를 고발한 데 이어 해당 학년의 담임교사들을 대상으로 집단 상담 등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희망 교원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 기관과 병원 치료 연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 단위 회복 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교권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천창수 교육감은 "서울 서이초 사건 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권 침해 사례가 반복되고 있고 울산에서도 일부 학부모의 지속적이고 부적절한 민원 제기로 학교 교육과정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라며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신속하고 엄중하게 대응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학생들의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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